[한상숙기자] 내야 땅볼을 친 후 전력질주해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심판의 세이프 콜을 확인한 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어낸 박재홍(SK). 베테랑 박재홍의 야구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지난 15일 문학 SK-LG전. SK가 0-2로 뒤진 4회말 첫 타자 박재상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1사 후 이호준이 중견수 왼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때려 주자는 1, 3루가 됐다. SK는 박정권이 땅볼 아웃된 사이 박재상이 홈을 밟아 1점을 만회했다.
계속된 2사 2루 박재홍 타석. 빗맞은 타구가 3루수 앞으로 떨어지는 동안 박재홍은 1루로 온 힘을 다해 뛰어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살았다. SK는 박재홍의 과감한 주루플레이에 의한 내야안타 덕에 2사 1, 3루 추가 득점 찬스를 맞았으나 조인성이 땅볼로 물러나며 아쉽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박재홍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는 최근 침체한 SK 타선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다음날 만난 박재홍은 "그 땐 나도 모르게 했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 몸이 쑤신다"면서 웃었다. 워낙 긴박한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박재홍의 허슬플레이는 최근 페이스와도 연관이 깊다. 어깨 부상 때문에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던 박재홍은 2군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지난해 은퇴 권유를 받기도 해 시즌을 준비하는 박재홍의 자세와 각오는 남달랐다.
이만수 감독은 팀이 4연패에 빠져 위기를 맞았던 지난달 27일 박재홍을 1군 콜업했다. "팀이 어려울 때 베테랑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재홍은 이날 곧바로 멀티히트를 때리며 팀의 연패탈출을 도왔다. 5월 10일까지 박재홍의 타율은 3할6푼4리(33타수 12안타). 팀 내 타석 대비 가장 높은 타율이었다.
그러나 박재홍의 방망이가 다시 주춤했다. 11일 이후 세 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지 못한 것. 박재홍은 안타 한 개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루 슬라이딩으로 만들어낸 내야안타가 그의 생각을 말해준다.
17일 LG전서도 박재홍의 활약이 빛났다. 0-1로 뒤진 8회말 2사까지 SK는 단 1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6.2이닝을 던지고 물러난 LG 선발 정재복에게는 노히트노런으로 완벽하게 눌렸다. 8회말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박재홍은 상대 두번째 투수 유원상의 가운데 몰린 공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때렸다. 이날 팀의 첫 안타였다.
박재홍은 프로야구 최초 300홈런-300도루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두 개의 홈런을 추가해 통산 297개로 300홈런에 단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도루는 267개로, 300개에 33개 모자라다. 불가능해 보이는 고지이지만 박재홍은 300도루 기록도 포기하지 않는다. "홈런이나 도루, 모두 소중한 기록이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에 절실함이 묻어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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