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단판 승부는 결승전처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승전은 1골 승부다.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누가 선제골을 넣느냐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달라질 것 같다."
지난 17일 축구대표팀 26명의 명단을 발표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에 임하는 분명한 노선을 예고했다. 자신이 전북 현대 시절 구축한 '닥공(닥치고 공격)' 욕심을 버리고 실리적인 전술로 승점 획득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최 감독의 구상은 미드필드와 공격진에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들의 중용을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공격 능력은 기본이라는 전제 조건을 깔아야 한다.
가장 복잡한 구도는 역시 미드필드로 봐야 한다. 이번에 총 11명이 선발됐다. 이 중 공격수로 전환 가능한 이근호(울산 현대), 남태희(레퀴야)를 제외한 9명이 주전 자리를 놓고 대혼전을 벌인다.
어느 정도의 틀은 보인다. '기라드' 기성용(셀틱)과 '구파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조합에 '뼈트라이커 김정우(전북 현대)로 정리되는 정삼격형 미드필더다. 기본 수비력이 있는 기성용과 구자철을 앞세워 공격 능력을 추가한 김정우의 도움을 받으며 원톱 이동국(전북 현대)을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최강희호에서 기성용과 구자철이 공존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둘의 별칭인 '기라드'(기성용+스티븐 제라드), '구파드'(구자철+프랑크 램파드)에서 알 수 있듯이 각자 개성은 뚜렷하다. 이들은 주로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전술에서 조합이 유력하지만 4-4-2에서도 가능하다.
기성용은 세트피스와 패스 능력이 뛰어나다. 구자철은 수비 조율 능력은 물론 순간적인 공격 가담에 의한 슈팅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도 좋아 측면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이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와 프랭크 램파드(첼시)의 공존 문제로 오랜 논쟁거리를 만든 것처럼 기성용+구자철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
둘은 지난해 1월 아시안컵에서 함께 대표 출전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처진 공격수)와 측면 날개를 오가며 활약해 기성용과 미드필드에서 호흡을 맞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이 함께할 또 다른 기회였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기성용의 대표 승선이 불발됐다.
그래도 둘은 나름대로 괜찮은 조합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이나 남미를 상대할 때는 다소 수비적으로 불안해 보일 수 있지만 상대가 아시아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둘 다 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했고 서로 같이 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에스비에스이에스피엔(SBSESPN) 신연호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수비형 포지션을 소화해 능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상대가 공격적으로 미드필드를 파고들면 다소 걱정스럽기는 하다. 최 감독이 고민하겠지만 좀 더 수비력이 있는 김정우를 내려서 세우는 조합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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