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모든 부문에서 열세였지만 우승의 여신은 첼시의 손을 들어줬다.
첼시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결승전에서 12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창단 107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첼시의 우승 공식은 간단했다. 강력한 수비와 '신'으로 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디디에 드로그바의 한 방이었다. 승부차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올 시즌 첼시는 정규리그에서 엉망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영입하며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드로그바, 프랭크 램파드, 니콜라 아넬카 등과 차례로 갈등을 일으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적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등 시즌 내내 힘겨웠고 아넬카는 상하이 선화(중국)로 떠나버렸다.
결국, 비야스-보아스가 경질되고 수석코치였던 첼시 출신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대행 체제로 바뀌었다. 리그에서는 여전히 반전이 쉽지 않았지만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강력한 수비와 깔끔한 한 방의 위력으로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에서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만나 질식수비와 깔끔한 역습 한 방으로 이기며 실리축구의 전형을 보여줬다. 같은 전술로 결승에서마저 승리하면서 유럽 주요 베팅 업체들의 뮌헨 우세 전망도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첼시는 존 테리, 라울 메이렐레스, 하미레스, 블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바르셀로나전에서 각각 퇴장과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해 수비진이 붕괴된 상태였다. 특히 수비의 리더인 테리의 결장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러나 볼턴 원더러스에서 이적한 게리 케이힐이 몸을 던지는 수비로 공헌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미드필드와 수비의 간격을 좁히며 '로베리'로 불리는 아르연 로번과 프랑크 리베리의 좌우 침투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최후 방어선 페트르 체흐 골키퍼는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연장 전반 5분 리베리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선방하며 잘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줬다. 총 슈팅수에서 9-43, 코너킥에서 1-20으로 밀렸지만 수비가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결정은 드로그바가 했다. 드로그바는 FA컵 리버풀과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뮌헨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헤딩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단 한 번의 코너킥을 골로 결정한 드로그바의 결정력이 대단했다.
승부차기에서 드로그바는 마지막 키커였다. 3-3으로 동점이던 상황에서 뮌헨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실축해 흥분할 법도 했지만 절제의 미를 보여주며 왼쪽 구석으로 슈팅해 골망을 갈랐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다. 토너먼트를 치러 오면서 드로그바는 수비에 올인하다 역습하는 형태의 경기를 했다.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경기였다. 지난 8시즌 동안 첼시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틴 이유를 증명한 한 판이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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