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홍상수의 남자'에서 '칸의 남자'라는 수식어까지 더한 배우 유준상은 최근 '대세'로 불린다. 자신이 주연을 맡은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홍상수 감독과 6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다른 나라에서'는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는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총 3번째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24일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프랑스 칸을 찾은 배우 유준상을 르 플뢰르 레지던스에서 만났다.
유준상은 당초 2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홍상수감독의 요청과 드라마 측의 배려로 귀국을 사흘 늦췄다. 이로써 유준상은 칸영화제의 폐막식이 열리는 27일 오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날 만난 유준상은 "배우들과 작가들의 배려로 남게 됐다"며 "다행이면서도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홍감독님이 '남아라. 같이 있자'고 해서 '대본이 나와봐야 압니다'라고 했는데 내가 나온 부분을 잘 조절해줬다"라며 "(귀국일이 늦춰진 걸 알고) 홍감독님이 좋아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당초 계획했던 저서 '행복의 발명' 출간기념회 일정도 29일에서 6월1일로 늦췄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난 유준상은 이날도 두툼한 두께의 노트를 들고 나와 틈틈이 생각의 잔상들을 적어나갔다. 그에게 "이것도 언젠가 책으로 나오는거냐"고 묻자 "20년 후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예의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올해로 만 43세를 맞은 그에게 최근 '대세'로 떠오른 소감을 물었다. 그는 "진짜, 마흔 넘어서 이게 무슨 복인가 싶다"라며 웃음 지었다.
"최근에 프랑스 여고생 세명이 한국 태극 마크를 단 티셔츠를 입고 지나가다가 '안녕하세요. 저 프랑스 사람인데 '넝쿨당'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한국말을 하는 것도 신기한데 KBS월드를 통해 드라마까지 본다고 하더라고요. 재밌는 경험이었죠."
그는 이번을 통해 총 세번째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특히 비내리는 레드카펫 위에서 그는 이자벨 위페르와 홍상수 감독을 위해 우산을 직접드는 '매너손'을 발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비가 내리는 날 레드카펫에 섰는데 영화에서 선보인 '잇츠 레이니'가 흘러나와 인상적이었다"고 밝힌 그는 "공식 상영일에도 관객들이 '잇츠 레이니' 노래가 끝나자 마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정말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나오면서 극중 내 대사인 '아이 윌 프로텍트 유'를 주고받는 걸 보면서 행복했다"고도 덧붙였다.
"처음엔 영어 대사라 '과연 외국인들이 이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서 염려가 많았어요. 그런데 여기에서도 한국관객이 느끼는 지점이 똑같더라고요. 인상적이었어요."
홍상수 감독과 벌써 6번째 인연을 맺은 유준상에게 뻔한질문을 했다. "다음 작품도 함께 할 거냐"고 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촬영은 엄청 치열하다. 만약 촬영 도중에 인터뷰 했다면 다시는 안한다고 했을 것"라면서도 "끝나면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찾아온다. 또 해야겠다 싶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한편, 홍상수 감독의 8번째 칸 진출작 '다른 나라에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공식상영됐으며, 현지 관객들과 외신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수상결과는 27일 폐막식에서 결정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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