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입때껏 (대표)소집 중에서 가장 살벌한 것 같은데요."
올림픽 축구대표팀 단골 멤버인 풀백 오재석(강원FC)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에 사로잡힌 선수들이 많아 예전처럼 처음 모여도 화기애애하게 팀에 녹아드는 분위기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재석은 "대부분의 선수가 살아남겠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분위기가 냉랭한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이 더 여유를 갖고 훈련을 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7일 시리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후 올림픽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다. 시리아전이 사실상 자신의 기량을 마지막으로 보여줄 기회라 남이 아닌 자신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소집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파주 NFC 입소 소감으로 "살아 남겠다"거나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겠다"라며 팀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듯한 말을 한 것이 그렇다.
주장을 맡기도 했던 오재석은 동료들에게 차분함을 주문했다. A대표팀에 중복된 일부 선수들과 합류하지 않은 일본 J리거들의 최종 엔트리 승선이 유력한 것을 감안하면 시리아전을 통해 기량을 어필해 살아남을 수 있는 인원은 많지 않다. 와일드카드 3명을 모두 사용하고 골키퍼 2명까지 빼면 바늘구멍이나 다름없는 최종엔트리 발탁을 놓고 싸워야 한다.
오재석은 "선수들 모두 어리지만 능력이 있는 이들이다. 실력이 좋으나 나쁘나 우리팀의 일원"이라며 "주전 경쟁보다는 화합을 해야 할 것 같다"라며 단결력과 조직력을 강조했다.
경쟁은 늘 있어왔다며 "경쟁자가 잘했을 때 박수를 쳐줘야 내가 잘했을 때 경쟁자도 박수를 쳐준다"는 홍명보 감독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재석은 지난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췄고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나름대로 홈 감독과 인연이 있지만 그 역시 주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와일드카드로 신광훈(포항 스틸러스)이 발탁될 가능성이 있고 경쟁자 윤석영(전남 드래곤즈)도 힘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긴장감을 느끼기는 공격수 김현성(FC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구FC에서 7골 2도움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알린 뒤 올 시즌 FC서울로 돌아왔지만 데얀이라는 큰 산에 막혀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데얀을 보고 배우는 게 많다. 훈련 때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데 볼 때마다 대단한 선수라고 느낀다"라며 좋은 교본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김현성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2골, 킹스컵에서 2골을 터뜨리며 홍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지만 김동섭(광주FC), 지동원(선덜랜드) 등과 피말리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병역 논란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박주영(아스널)의 와일드카드 가능성까지 포함하면 생존경쟁이 빡빡하다.
그는 "부담감이 있지만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경쟁에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마지막까지 살아 남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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