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겼던 SK, 수비 실책으로 자멸

[한상숙기자] 포기를 모르는 SK의 끈질긴 승부사 기질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SK는 9일 문학 삼성전에서 4-5로 졌다. 승리를 눈앞에 뒀던 9회초 대거 3실점 하면서 뼈아픈 재역전패를 당했다.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SK의 허술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8회말까지는 완벽한 SK의 흐름이었다.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은 변함없었다.

SK가 먼저 실점했지만 곧바로 전세를 뒤집었다. 1회초 삼성 첫 타자 박한이가 기습번트를 대고 1루로 뛰었다. 당황한 1루수 임훈이 베이스 커버를 위해 뛰어온 정근우에게 토스를 했으나 공이 뒤로 빠져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삼성은 최형우의 우전안타로 선취점을 냈다.

SK는 2회말 박정권의 우전안타로 만든 2사 2루서 박진만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4회 또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았다. 삼성이 4회초 1사 1루서 이승엽의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렸다. 원바운드된 타구를 박정권이 놓치는 실책을 범했고, 1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오고 말았다. 삼성이 다시 2-1로 앞섰다.

그러나 4회말 박정권이 1사 1루서 우측 라인을 타고 흐르는 적시 3루타를 때려 다시 2-2 균형을 맞췄다. 박정권이 자신의 실책으로 내준 점수를 타점을 올리는 3루타로 곧바로 만회한 것이다. SK는 계속 몰아붙였고 안치용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냈다. 5회말에는 이호준의 적시타가 터져나오며 추가점을 올려 4-2로 달아났다.

이만수 감독은 박정권이 우익수 포지션에서 실책을 범하자 5회초부터는 1루수 임훈과 수비 위치를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

SK에 위기는 9회 찾아왔다. 두 점 차로 뒤지던 삼성은 9회초 박석민의 사구, 강봉규의 내야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서 대타 손주인이 정우람의 초구 높은 직구를 노려쳐 좌전 안타를 때려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진갑용의 중견수 플라이가 나왔을 때 평소 SK답지 않은 플레이가 나왔다. 3루주자의 홈인이야 당연했지만, 중견수 김강민이 2루에서 3루로 뛰던 주자를 겨냥한 송구를 3루수 최정이 뒤로 빠뜨려 2루 주자마저 홈인시키며 단번에 4-4 동점을 허용했다.

삼성은 흔들린 SK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계속된 공격에서 김상수의 스퀴즈 번트로 추가점을 내 5-4로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SK는 9회말 삼자범퇴로 물러나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다.

3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선두 SK.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패인은 탄탄함을 자랑하던 수비에서 나온 실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