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게 과연 LG 야구가 맞나 모르겠다."
요즘 야구장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LG 트윈스가 달라졌다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김기태 감독 부임 후 팀컬러가 확 바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는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흡수했다. 흥미로운 점은 LG가 얻은 장점이 과거 두산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올 시즌 LG 야구를 규정하는 단어는 '끈기'다. 기록이 말을 해준다. 9일까지 LG는 팀타율 5위(0.259)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볼넷은 203개로 3위에 올라 있다. 이 부문 1위 한화(213개)와 10개 차이에 불과하다. 잔루(384개)가 8개 구단 중 가장 많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사실 잔루가 많은 건 그만큼 출루 횟수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자연히 득점 기회가 잦기 마련이다. LG 타자들은 병살타(42개, 6위)도 그리 많지 않다.
더 큰 강점은 향상된 장타력에 있다. 홈런(31개, 4위)과 2루타(86개, 2위)가 상위권에 올라 있다. 빠른 발을 이용한 기동력도 돋보인다. 올 시즌 LG가 기록한 도루(63개)는 넥센(66개)에 이은 2위이고, 도루 실패(21개)는 6위에 불과하다.
뛰어난 출루능력에 수준급 장타력과 기동력이 보태지니 공격이 잘 풀린다. 이 모든 결과는 득점으로 종합해서 나타난다. 223득점을 기록한 LG는 이 부문 1위 넥센(237개)을 추격할 기세다. 잠실과 목동이란 구장 환경의 차이를 감안하면 LG의 공격력이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예전에 비해 파울지역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잠실은 타자들에게 가장 불리한 구장이다.
사실 이 부분은 오랫동안 '이웃 라이벌' 두산의 강점이었다. 한국야구에 '외국인 선수' 시대가 열린 1998년부터 두산은 출루와 장타의 팀이었다. 우즈-김동주-심정수의 중심타선 시절부터 가장 최근 김현수-김동주-최준석 시절까지, 많은 볼넷과 홈런으로 대량 득점을 올려왔다.
끌려가던 경기를 후반 단 한 번의 찬스에서 큰 것 하나로 전세를 뒤집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다. 상대 팀들이 두산을 두려워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여기에 '발야구'란 별명이 붙은 기동력이 더해지면서 두산은 얕볼 수 없는 팀으로 군림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두산의 장점을 올 시즌 LG가 빼앗아간 모양새다. 예전보다 한결 '업그레이드' 된 LG가 잘 나가는 반면 장점이 빠진 두산은 맥을 못추고 있다. 공격 주요 지표에서 하위권에 맴돌며 힘없는 야구로 일관하고 있다. 두산은 이날까지 출루율(0.326) 최하위에 장타율(0.348) 7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루타(63개) 홈런(18개) 볼넷(131개)이 약속이나 한 듯 꼴찌다. 도루는 40개(6위)를 했지만 도루 실패가 17개나 된다. 메이저리그의 통계 전문가 빌 제임스는 도루 1개 실패의 영향은 도루 1개를 성공한 것의 2배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두산은 사실상 도루 6개를 성공한 것에 불과하다.
상대의 장점을 빼앗은 덕분인지 LG는 올 시즌 두산과 맞서 첫 패 뒤 6연승을 기록했다. LG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 두산이 중위권에서 발목이 잡힌 이유도 따지고 보면 일방적인 두 라이벌간 상대전적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정규시즌은 3달 이상 남았다. 올 시즌은 한화를 제외한 7개 구단이 촘촘하게 얽혀 있다. 작은 변수 하나가 순위 싸움을 크게 바꿔놓기도 한다. 확실한 건 달라진 LG 선수단 분위기다. 선수들 눈빛이 확연히 살아 있고, 언제든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건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실력과 자세만 되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고 있는 김기태 감독의 '열린 리더십'에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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