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초반 열세 예상을 딛고 SK는 꾸준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한 차례도 3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고, 지난달 26일부터는 줄곧 1위다.
막강 전력은 아니다. 선발진이 붕괴했고, 팀 타율(2할5푼4리)은 최하위다. 불펜의 힘만으로 선두를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SK의 선두 질주 원동력은 무엇일까. 2002년 입단해 11년째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강민에게 물었다. "선전의 비결이 뭔가요?" 돌아온 대답은 "신비의 팀이죠" 였다.
경험이 최고 무기
"물고 안 놔야죠." 곰곰이 생각하던 김강민의 첫 마디였다. "요즘 팀 간 승차 보면 빽빽하잖아요. 여차하면 뒤집어지거든. 물고 안 놔야죠. 'SK만 만나면 한숨이 나온다' 싶을 정도로 꽉 잡아야 해요. 우리 팀 선수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해요."
잡을 땐 확실히 잡는다. 일단 기선을 제압하면 다음 경기는 훨씬 쉬워진다. 한화전이 그랬다. SK는 16일까지 올 시즌 한화전 8전 전승을 거뒀다. 지난해부터는 한화전 9연승이다. SK 선수들 사이에는 경기 전부터 '승수를 쌓자'는 자신감이 팽배하다. 이런 분위기는 경기력으로 직결된다. 상대가 주눅이 든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하는 사이 SK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거둔다. 지난해에는 넥센에 13승(5패 1무), 한화에 12승(7패)을 거두며 우위에 올랐다.
치열한 순위 다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플레이만 하자"는 것이다. 김강민은 "다른 팀의 전력은 크게 상관없어요. 당일 우리 컨디션이 제일 중요해요. 그라운드에 나가면 몸에 밴 데로 움직여요. 5년 동안 쌓은 경험이 최고 무기죠"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1등? 있을 수 없다"
SK는 최근 5년 동안 우승 3차례, 준우승 2차례를 일궈냈다. 고전이 예상됐던 올 시즌도 변함없이 선두다. 그러나 자만은 금물이다. '당연한 1위'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당연히 1등 한다고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우승할 때도 확신이 없었어요.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생긴 거지, 시즌 때부터 확신은 위험한 거죠. 우리 팀에 타격 1위, 홈런 1위가 있나요? 투수들이 잘해주고, 수비가 되니까 이기는 거죠. 그렇게 한 게임, 한 게임 잡아가다 보니 정규리그 1위하고. 한국시리즈 준비하고, 우승하고. 그것도 하룻밤 지나면 끝이에요. 또 다음 시즌 준비해야죠."
SK는 18일 현재 32승 1무 23패로, 공동 2위 LG-넥센에 3경기 차로 앞서 있다. 김강민은 "벌써 32승? 많이 진 것 같은데. 이길 수 있는 경기 저 때문에 많이 놓쳤어요"라며 아쉬워했다.
"삼성전에서 뜬공 하나만 잡았어도 어이없게 내주진 않았는데"라며 한숨을 쉰 김강민은 "경기 끝나면 아쉬운 게 참 많아요. 불 꺼진 그라운드를 보면서 생각하죠. '안타를 그렇게 못 치나? 담장 넘기는 게 그렇게 어렵나?'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강한 집념이 지금의 SK를 지탱하고 있다. 이기는 방법을 알고, 스스로 움직인다. 김강민은 SK를 '신비의 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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