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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 '초심' 돌아간 광주, 매섭게 몰아친다


[이성필기자] "최만희 감독, 이런 식으로 축구 할거야!"

23일 오후 광주월드컵경기장. 홈팀 광주FC는 K리그 17라운드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무려 6-0으로 대파했다. 전반에만 다섯 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발휘했다. 역대 최다골차 승리 2위에 오를 정도로 광주는 독기를 제대로 발산했다.

경기 종료 뒤 관중들은 박수로 연호하며 그 동안 자신들의 속을 바짝 말린 최만희 광주 감독에게 "이런 식으로 축구 할 것이냐"라고 소리쳤다.

두 가지 의미였다.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도 오랫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 깜짝 놀랄 정도로 공격력을 과시하며 6골이나 터뜨리며 시즌 4승째를 올린 감격. 최 감독에 대한 분노와 격려가 한데 섞인 말이라 할 수 있었다.

12경기 무승(5무7패)에 시달리는 동안 광주FC에는 불신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선수들은 서로 침묵을 지키며 개선점을 찾기보다는 속으로 남탓을 하기에 바빴다. 선수단을 바라보는 프런트들은 답답한 속을 풀지 못하며 지켜보기만 했다.

최 감독을 향한 시선은 더 차가웠다. 특히 순위표에서 아래에 있었던 대전 시티즌-경남FC-인천 유나이티드 경기를 이기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은 너무나 컸다. 열혈 서포터가 아닌 일반 팬들이 경기장과 인터넷에서 최 감독에 대한 경질 얘기를 꺼낼 정도로 분위기는 심각했다.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돼 관리 축구가 중요한 올 시즌, 광주는 시즌 초반 플랫3로 안정지향의 축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도리어 상대의 지키기에 당하면서 광주 특유의 역동성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최 감독은 A매치 휴식기 목포 전지훈련에서 선수들과 허심탄회하게 말문을 열었다. 팀 전술에 어떤 문제는 없는지, 서로의 마음에 담긴 이야기들을 모두 논해보자고 했다.

가만히 있던 선수들 마음에 변화가 왔고 가감 없이 제 포지션에서 해야 할 일과 개선점을 꺼냈다. 특히 공격이 중심인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많았다. 훈련을 마치고 먼저 숙소로 돌아가던 주장 김은선은 사우나에 갔다가 씻지도 않고 되돌아와 최 감독과 전술을 놓고 1시간이 넘게 입씨름을 벌였고, 공격적으로 상대를 흔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최 감독 스스로 선수들에게 부여했던 자유도 일부 박탈했다. 나사가 풀린 유종현, 임하람 등 몇몇 선수들에게는 오전, 오후 두 차례 훈련을 시켰다. 징벌적 성격의 훈련이었지만 관리의 중요성을 행동으로 강조한 것이다.

광주는 휴식기 뒤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17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공격적으로 나섰다. 이한샘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이승기를 공격에 가담시켰다. 이른바 4-1-1-4 포메이션에 기반을 둔 전술이었다. 원톱 복이를 중심으로 좌우 날개에 박기동-김동섭(주앙 파울로), 김은선이 사실상 처진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이승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지원했다.

앞선에 다섯 명이 떼로 몰려 상대를 흔드는 작전이었다. 201㎝의 장신 공격수 복이가 헤딩과 상대수비 압박을 맡으면 나머지 선수들이 공간을 휘저으며 리바운드를 잡아내 슈팅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인천전에서 희망을 봤고 23일 전남전에서 대폭발한 것이다. 전남 수비수들의 신장이 복이나 박기동보다 작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최만희 감독은 1997년 안양LG(현 FC서울)의 기억을 더듬으며 "과거 FC서울도 안양 시절 21경기 무승(17무4패)을 기록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젊기 때문에 충분히 새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모처럼만의 승리로 희망을 노래했다.

조이뉴스24 /광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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