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승엽(삼성)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29일 목동 넥센전에서 시즌 17호째 홈런을 기록하면서 마침내 한일 통산 500홈런이란 신기원을 달성했다. 비록 서로 다른 두 개의 리그에서 거둔 성적이지만 '500'이란 숫자엔 한국 프로야구사를 빛낼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명실상부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500홈런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설적 거포'의 상징이다. 명예의 전당 헌액 보증수표로 통하는 기념비적 이정표다. 미국에서 25명, 일본에선 9명밖에 기록하지 못한 '경이의 숫자'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 중 500홈런 이상을 날린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짐 토미(볼티모어) 매니 라미레스(무적) 등 3명이며 현재 일본에는 없다. 500홈런 고지를 밟으면서 이승엽은 '전설적 타자'로 영원히 남게 됐다.
둘째, 기복없는 꾸준한 활약이다. 지난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올해로 프로 18년차다. 화려했던 순간이 대부분이지만 일본 2군에서 남몰래 고민하던 때도 있었다. 기쁠 때나 우울할 때나 그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잘 나갈 땐 자만을 경계했고, 부진에 빠졌을 땐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통틀어 한 자릿수 홈런에 그친 시즌이 3번 뿐이다. 30홈런을 넘긴 적이 10번이나 된다. 올해 36세인 그는 '꾸준함의 상징'이다.
야구를 하는 후배들에게 하나의 '롤모델'이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500홈런 돌파는 이제 후배들이 도전해야 할 큰 목표로 우뚝 섰다. 이승엽을 보고 꿈을 키운 여러 어린 선수들의 눈이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 기존 한국 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인 양준혁의 351홈런을 넘어 더 높은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500홈런은 그래서 한국 야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숫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승엽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그를 '한결같다'고 평가한다. 프로 선수치곤 어딘가 어색했던 10대 시절이나 30대 중반을 넘긴 지금이나 달라진 점이 없다고 한다. 항상 겸손하고 성실하며 선수로서 본분을 잃지 않았다는 칭찬이다.
이승엽의 걸어온 발자취는 한국 야구의 역사다. 그가 때려내는 홈런 하나하나가 야구사를 새로 쓰고 있다. 500홈런이란 '마일스톤'을 쌓은 이승엽은 이제 600홈런을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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