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는 다음달 12일, 27라운드가 종료된다. 지난 21일 22라운드가 시작해 27라운드까지 6경기를 3~4일 간격으로 치르는 것이다. 8월 1일 FA컵 8강전까지 나서는 7개팀은 3주가 조금 넘는 기간 사이에 무려 7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그야말로 살인일정이다. 경고나 퇴장, 부상자라도 나오면 사령탑은 머리가 빠질 수밖에 없다. 선수단 운용에 차질을 빚는 것은 둘째치고 30라운드 종료 뒤 시작되는 상, 하위 스플릿에서 우승과 강등을 놓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어 더욱 피가 마른다.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은 피스컵 보약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성남은 지난주 피스컵에서 선덜랜드에 1-0으로 이긴 뒤 결승전에서 함부르크에 0-1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서 패하기는 했지만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영입한 레이나가 기존의 에벨톤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후반기 K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윤빛가람이 사실상 제외된 미드필드에는 김평래가 혜성처럼 등장해 김성준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8월 중순즈음 부상 복귀가 예정된 김성환이 자리를 잡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2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K리그 23라운드에 성남은 피스컵 출전 멤버들을 그대로 투입했다. 후반 10분 전현철을 벤치로 빼고 새로 영입한 브라질 국적의 공격수 자엘을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신 감독은 "팀 분위기는 좋다. 일단 뭐든지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세울 수 있는 자원을 그라운드에 다 내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히려 새로 영입한 이들 중 몸상태가 좋은 선수들을 내보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뿐이다. 특히 카타르 움 살랄로 이적시킨 사샤를 대신해 아시아쿼터로 같은 호주 국적의 수비수 하밀을 영입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속이 터진다.
신 감독은 "사샤 이적료를 다 지불했고 국제이적동의서(ITC)도 다 발급됐는데 움 살랄의 늦장 행정 때문에 미치겠다. 자기들 리그가 9월 초에 시작한다고 여유를 부린다"라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K리그 여름 이적 시장은 7월 28일에 문을 닫는다. 움살랄이 사샤를 등록해야만 비는 쿼터에 하밀을 등록시킬 수 있다. 그저 먼 산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성남이다.
반면,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전북은 여유가 넘쳤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이날 성남전에 이동국을 교체 명단에 넣었고 올해 성남에서 이적해온 김정우는 상호합의에 따라 투입하지 않았다.
에닝요가 경고누적, 이승현, 서상민, 조성환이 부상으로 빠지는 등 주전급 자원들이 자리를 비웠다. 새로 영입한 호주 출신 수비수 윌킨슨과 그리스 AEK아테네에서 뛰던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레오나르도는 시차 적응과 체력 문제로 K리그에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이들은 8월 초에나 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래도 느긋한 이흥실 대행이었다. 그는 "(이)동국이는 체력을 고려했다. 24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도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짐짓 여유를 부렸다.
물론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신인 공격수 박세직을 선발로 세우고 홍주빈, 강주호, 김현 등 새내기들에게는 백업으로 기회를 줬다. 이 대행은 "신태용 감독이 나한테 울고 가게 될 것이라고 하던데 좋아서 울고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농을 했다.
양 감독의 이런 상반된 태도는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성남은 전반에만 13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공격적인 모습으로 골 의지를 보였다. 전북은 전반 박세직의 슈팅이 유일했다. 거세게 공격을 했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경기는 0-0 무승부로 종료됐다.
양 팀은 승점 1점을 나눠 가졌지만 현재 팀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온도차는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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