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골키퍼 이범영(23, 부산)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영국 단일팀과의 운명의 8강전에서 이범영은 영웅이 됐다. 후반 16분 주전 골키퍼였던 정성룡(27, 수원)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범영이 교체 투입돼 골키퍼 장갑을 끼고 올림픽 첫 무대에 나섰다.
첫 올림픽 경기 출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범영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나 승부차기에서 영국의 다섯 번째 키커 다니엘 스터리지의 슈팅을 동물적 감각으로 막아냈다. 이범영의 선방 하나로 한국은 4강행을 이룰 수 있었다. 이범영은 영국 단일팀 침몰의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이범영의 영광은 여기까지였다. 4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이범영은 한국 골문을 지켰다. 부상 당한 정성룡의 컨디션이 회복되 않은 것이다. 이 경기서 이범영은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전반 37분 이범영은 호물루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공이었지만 공은 이범영의 다리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이범영은 다미앙에게 내리 2골을 내줬다.
0-3. 한국의 완패였다 한국의 패배에 많은 원인이 있었지만 이범영의 부진도 주요 패인 가운데 하나였다. 정성룡이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이런 완패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범영에 상처를 줄 만한 말들도 들려왔다.
브라질전이 끝난 후 한국의 마지막 경기였던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정성룡의 선발 출전 여부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한국의 사상 첫 동메달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정성룡이 필요했다. 정성룡은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지만 선발 출전을 감행했고 일본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한국은 2-0 완승을 거두며 올림픽 첫 동메달이라는 영광을 품었다.
동메달을 획득한 후 만난 정성룡은 브라질전 대패 후 후배 이범영에게 전한 조언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후배가 상처받지 않도록, 또 힘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배로서의 따뜻한 격려였다. 그리고 후배가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려는 따끔한 충고였다.
정성룡은 브라질전이 끝난 후 이범영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를 향한 비난에 신경 쓰지 마라. 너는 최선을 다했다. 지금 이런 경험이 앞으로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시련을 통해 너는 더욱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지금의 경험과 기억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느낌을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있어라."
조이뉴스24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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