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계획보다 일찍 목표에 도달했다. 문제는 빨리 도달하면 안될 목표였다는 것이다. LG 트윈스가 시즌 전 '역발상' 목표로 내세웠던 60패를 기록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60패만 하자"고 말했다. 승수를 말하기보다 패수를 목표로 설정해 선수들의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방법이었다. LG는 시즌 초반 김 감독의 기대대로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지만 어쩔 수 없는 전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순위 하락의 길을 걸었고 결국 7위에 머물러 있다.
3일 현재 LG는 전체 일정의 82.7%인 110경기를 소화해 46승4무60패를 기록 중이다. 4위 두산에 9.5경기 차 뒤진 7위. 6위 넥센과도 5경기의 승차를 보이고 있다. 남은 23경기에서 순위 반등은 노려볼 수 있지만 10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간절한 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잘 버티다가 미끄러졌다는 점에서 지난 시즌과 같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지난 시즌에도 LG는 전반기까지 4강권을 유지했으나 결국 공동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채 치렀음에도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해마다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나섰던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장이 섰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내부 자원을 육성해 팀을 재건하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와 영향력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올 시즌은 그에 따른 팀 리빌딩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선수단에 '60패'라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73승을 하겠다는 의미. 이는 곧 어느 팀이나 꿈꾸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포부를 나타낸 것이었다. 리빌딩을 한다고 팀 성적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김 감독 시즌 전 크게 두 가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정성훈을 '4번타자'로 낙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선발 요원이었던 외국인 투수 리즈를 '마무리'로 전향시킨 것이다. 여기에 마운드 육성에 공을 들이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젊은 투수들이 성장세를 보이고 리즈가 뒷문을 확실히 단속해준다면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방망이는 원체 나쁘지 않은 LG다.
리즈가 마무리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선발로 돌아갔지만 봉중근이라는 더 강력한 마무리가 등장하며 뒷문 불안은 해소했다. 이승우, 최성훈, 임정우 등 젊은 투수들이 가세한 '벌떼 선발진'도 힘을 발휘했다. 여기에 정성훈의 4번타자 기용도 대성공을 했다. 6월 중순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이후 LG는 무너져내렸다. 기가 막히게 지켜내던 승률 5할의 벽은 한 번 무너지자 다시는 회복할 수 없었다. 봉중근이 부상으로 3주 가량 자리를 비운 탓이 컸다. 정성훈도 가벼운 부상 등에 시달리며 시즌 초반의 무서움을 잃었다. '생소함'을 무기로 호투를 펼치던 젊은 투수들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았다. 결국, LG의 팀 전력이 강하지 못했던 것이다.
강팀은 주축 선수 한두 명이 빠진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다. 대체 선수가 주전의 공백을 메우고 팀 전체에도 위기를 극복할 힘이 있다. 그러나 LG는 그렇지 못했다. 집중력만으로는 5할 승률을 지켜내기에 한계가 있었다. 봉중근의 부상 이후 고질적인 뒷문 불안이 재발하자 마운드 전체가 흔들렸다. 투타의 엇박자도 발목을 잡았다.
현실적으로 LG의 전력은 8개 구단 중 하위권이다. 지난 시즌 6위였던 팀이 전력 보강 없이, 오히려 대폭적인 전력 누수를 안은 채 훈련만으로 1년 새 다른 팀이 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LG는 올 시즌 그 불가능에 도전했으나 현실의 벽만을 확인한 셈이 됐다.
기록에 LG의 현실이 드러난다. 2일 현재 LG는 2할6푼4리의 팀 타율로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팀 득점 역시 471득점으로 2위다. 다른 팀 보다 1~2경기를 더 치른 성적이긴 하지만 분명 득점은 많이 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반대로 4.16인 팀 평균자책점과 497실점은 나란히 7위에 머물러 있다. 방망이는 괜찮지만 마운드가 허약하다는 시즌 전 평가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현실을 확인했다. LG는 올 시즌 남은 경기를 통해 내년 시즌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시즌 종료 후에는 다시 다음 시즌에 대비한 훈련이 시작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올 시즌 얻은 교훈을 토대로 착실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팀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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