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투수도 있었나요? 던지는 거 못봤는데…" 지방대 모 선수는 생소한 이름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라운드 지명이면 높은 순번인데 한 번도 상대해보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2013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KIA는 단국대 4학년 좌완 손동욱과 포수 이홍구를 1, 2라운드에 선택한데 이어 전체 26번에 해당되는 3라운드에서 '경희대 투수 이효상'을 외쳤다. 187cm 90kg의 우수한 신체조건을 갖춘 성실한 투수라는 호평을 받긴 했지만 본인도 놀랄 만큼 예상 밖으로 빠른 순번이었다.
"집에서 어머니랑 누나와 TV로 보고 있는데 제 이름이 불쑥 튀어나오더군요.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시점이라 정말 깜짝 놀랐죠. 내가 맞나 몇 번이나 확인했죠.(웃음)" 이효상(경희대4. 우완)은 드래프트 당일을 떠올리며 지금도 꿈만 같다면서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에 입문, 충암고 시절엔 1년 선배 홍상삼을 도와 황금사자기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교 졸업 후 프로로 직행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당시 정용운이 팀 에이스였죠. 전 있는 듯 없는 듯 했어요.(웃음) 3학년 때 이영복 감독님의 권유로 지명타자랑 투수를 번갈아 보기도 했죠." 이효상은 4년 뒤를 기약하며 경희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 무대에서도 마운드에 설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첫 해 간간이 던졌지만 힘과 경험에서 앞선 상대 타자들에게 눌렸고 2학년 땐 아예 전국대회에 단 한 게임도 나서지 않았다. 이미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를 잡은 동기 손정욱(좌완)에 비해 그의 입지는 미약했고 보잘 것 없었다.
"3학년이 돼서도 시합에 나가지 못했고 설상가상 허리까지 아팠어요. 걱정이 밀려왔죠. 맘고생도 나름 많았고…" 3학년 때도 2게임(1.2이닝)에 나서 1패만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남은 4학년 1년이라는 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가운데 올 시즌 초반 잠시 자신을 지도해줬던 이성갑 심판과의 조우가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144km까지 찍는 등 밸런스가 좋았었거든요. 그 때 저를 지도해주셨던 이성갑 코치님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심판이 되셨더군요. 그런데 저를 보자마자 왜 폼이 그러냐며 어드바이스를 해주셨어요. 아무래도 저를 잘 아니까 문제점을 콕 집어주신 거죠. 그 날 이후 폼을 수정하면서 조금씩 페이스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하계리그 동의대와의 예선전에 선발 등판한 이효상은 최고 147km의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스플린터를 적절히 섞어가며 6.2이닝 동안 27명의 타자에게 피안타 2개에 삼진 8개를 잡아내며 1실점(1자책) 호투하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행을 겨룬 4강전에선 강호 동국대 타선을 맞아 5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다 6회와 7회 각각 2루타 한 개씩을 내줬을 뿐 역투를 거듭해 6-2 완투승을 거뒀다.
올해 총 6경기(32.2이닝)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한 그는 많은 이닝을 던진 건 아니었지만 스피드를 앞세워 차분히 경기를 끌고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바로 이런 점이 3라운드 지명돼 9천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KIA에 입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효상은 사사구가 많고 변화구도 단조로운 편이며 아직 제구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분발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자신을 낮췄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KIA는 최준식(경기고. 외야수)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을 모두 대졸 선수로 채웠다.
"대학 선수를 뽑은 건 즉시전력감을 원한다는 뜻이잖아요.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부족한 부분 채워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특히 이효상은 "후배들에게 꿈과 목표를 안겨주기 위해서라도 프로 가서 잘해야 할 것"이라며 대학 출신만의 특별한 의무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박지훈, 홍성민, 윤완주 등 올 시즌 KIA의 대졸 신인들은 선전을 펼쳐 눈길을 모았다. 이는 기존 선수들에게 적잖은 자극이 되기도 했다. 1년 뒤 이효상도 당당히 1군 무대에서 뛰는 새내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