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챙겨 나오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지난 5년의 세월이 떠올랐어요."
이흥련(23. 포수. 홍익대졸업예정)은 새롭게 자신이 몸담게 된 삼성 구단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면서도 긴 시간 함께했던 동기, 후배들, 지도자들과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흥련은 2013 신인지명회의에서 5라운드(전체47번)로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이는 단국대 이홍구(KIA 2R .전체14번), 덕수고 한승택(한화 3R. 전체24번), 제물포고 장승현(두산 4R. 전체36번)에 이어 포수로서는 4번째에 해당되는 순번이다.
"저도 대략 4, 5라운드를 예상했어요. 주변에서 도는 소문도 있었고.(웃음) 그런데 삼성은 전혀 의외였어요." 몇몇 구단의 특별한 관심을 받아왔던 터라 그는 당연히 그 중 한 팀에 지명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고교, 대학을 통틀어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었는데 최고전력의 삼성 선수가 되어 너무 기쁘고 설렙니다. 좋은 투수들이 많아 너무 기대됩니다."
삼성은 지난 4일 신인선수들을 일제히 소집했다. 하지만 이흥련은 제외였다. 홍익대가 세종특별자치시 대표로 전국체전 출전을 앞두고 있어서였다.
"프로 지명을 받으면 여유 있게 여행도 다녀오고 쉴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하루도 쉬지 모하고 더 바빴어요. 저희 학교가 체전은 처음이라 장채근 감독님도 신경 많이 쓰셨는데…" 근 한 달 이상 대회를 준비했으나 홍익대는 13일 충남 단국대와의 첫 경기에서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 경기 종료 후 이흥련은 곧장 숙소의 짐을 챙겨 분당 집으로 향했다. 이틀 뒤 삼성 합류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대회고 시를 대표하는 거라 정말 잘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쉽죠. 이제 진짜 프로 선수라는 것이 실감나네요. 오라는 곳, 갈 곳이 있으니까요."
바쁜 스케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한 이흥련은 자신이 추구하는 포수의 역할과 앞으로의 각오를 진지하게 밝혔다. "제가 고3 때 잠깐 투수 하겠다고 설치다가 부상을 당했거든요. 또 지난해 의욕적으로 잘해보려다 또 수술하고. 두 번이나 어깨 근처에 칼을 댄 탓에 보강운동과 웨이트를 하느라 항상 운동 시간이 길어요."
일각에서 포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어깨 수술 경력 때문에 이흥련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어깨 근처의 근육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부상에 대한 염려는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할애하는 이유가 되었고 그것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솔직히 방망이보다는 수비훈련에 더 치중하는 편이에요. 한동안 타격이 저조했었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볼이 눈에 들어왔어요.(웃음) 결과를 떠나 공이 눈에 보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름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상과 수술 그리고 재활 등으로 1년을 유급한 탓에 그는 동기들보다 한 살 위의 형이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과 고민이 깊고 간절하다. "일본 야구를 보면 포수들이 부드럽게 미트질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거든요. 국내선수들을 보면 좀 플레이가 딱딱하잖아요. 전 유연하게 플레이를 연결시키는 일본 포수 스타일로 저만의 개성을 찾고 싶어요."
진갑용 이후를 책임질 차세대 안방마님을 계속 찾아왔던 삼성은 올해 이지영이라는 걸출한 포수를 건졌다. 이지영은 신고선수로 입단해 2군에서 실력을 키웠고 상무에서 2년간 경험을 보태 올해 신인왕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이지영 선배님을 넘볼 단계는 아니죠. 대신 옆에서 보면서 배워야죠." 이지영 이외에도 삼성엔 대구고 출신 데뷔 5년차 김동명(24)과 입단 2년차의 경희대 출신 정우양(24) 두 동갑내기 포수가 버티고 있다. 이흥련이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1차 관문은 이 두 선수라 할 수 있다.
"일단 팀 적응이 우선이겠죠. 또 당연히 신인왕을 노려봐야죠.(웃음) 국내 최고의 마운드를 자랑하는 삼성 투수들의 볼을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오승환 선배님 볼 한 번 받아보고 싶고 또 장원삼 선배님을 한 번 리드해보고 싶어요. 원하는 볼을 미트에 쏙쏙 집어넣을 거 아니에요? 포수는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 행복하거든요."
이흥련은 곧 열릴 한국시리즈에 대해서도 "당연 우승은 삼성!"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상대가 누가 되었든간에 결과는 같을 것이라며 소속팀이 된 삼성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투타에서 빈틈없는 전력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삼성이 미래를 보고 선택한 포수 이흥련. 과연 구단의 기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내년 시즌 프로 신인이 된 이흥련의 행보를 주목해 보자.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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