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올 시즌 양승호 감독의 중간계투진 운영을 두고 양 감독의 성을 따 '양떼야구'라고 종종 얘기한다. 선발 투수에 이어 마무리 김사율이 나오기 전까지 줄줄이 마운드에 올리는 중간계투들을 표현한 말이다.
롯데가 그동안 보여온 팀 색깔은 팬들만큼이나 화끈하다. 이대호(오릭스)를 중심으로 홍성흔, 강민호, 조성환, 전준우 등 중장거리 타자들을 내세워 다득점 야구를 주로 구사했다. 그런데 올 시즌만큼은 다른 팀들과 견줘 풍성한 중간계투 자원을 바탕으로 쫓아가는 야구가 아닌 지키는 야구를 자주 했다.
그런데 유독 SK 와이번스만 만나면 양떼야구가 힘을 못쓰는 모양새다.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서 양 감독은 선발 고원준에 이어 6명의 투수를 내보냈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이라 추가 실점을 막는 게 가장 급한 일이었다.
강영식, 정대현, 이명우, 김성배, 최대성, 이정민을 차례로 올렸는데 정대현과 김성배가 3안타 2볼넷으로 조금 흔들렸으나 실점은 없었다. 최대성이 8회초 박재상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균형이 깨졌고 그대로 1-3으로 경기를 내줬다. 이날 패배로 2위 롯데는 3위 SK에 반경기차 추격을 당했다.
결과론이지만 고원준이 2피안타 2볼넷으로 호투한 데 반해 뒤이어 나온 중간계투진은 합계 8피안타 4볼넷으로 흔들렸다.
그런데 한 달 전 역시 사직구장에서 같은 팀 SK를 상대했을 때도 '양떼야구'는 재미를 못봤다. 당시 롯데는 선발 이용훈에 이어 이승호, 이정민, 김성배, 이명우, 최대성, 정대현, 진명호를 연달아 마운드에 올렸다.
모두 8명의 투수를 투입한 이날 롯데는 7회까지 2-1로 앞서고 있었는데 8회초 사단이 났다. 2사 1, 3루 위기에서 정상호를 상대한 정대현이 3구째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는 바람에 2-3으로 경기가 뒤집어졌다. 앞선 투수 최대성이 출루를 허용한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정대현은 패전을 면했지만, 롯데에게는 뼈아픈 순간이 됐다. 이 이닝에서만 5명의 투수를 투입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당시 롯데는 5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었는데 이날 SK에게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상승세가 한풀 꺾였고 다음날 경기에서는 5-3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 10회 접전 끝에 5-6으로 지고 말았다.
물론 SK가 롯데 마운드의 물량공세에 대타 카드를 내세우며 맞불을 놨고 그 부분이 마침 잘 들어맞았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불펜에 무리가 생긴다면 롯데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가을야구'에 나서야 하고 SK를 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아직 SK와 남은 경기가 있다"고 했다. 두 팀은 19일 경기 포함 3번의 맞대결을 더 남겨두고 있다. 2위 다툼에서 물러날 수 없는 상대 SK를 맞아 결정적인 경기에서 두 차례나 투수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모두 졌다.
패한 두 경기서 롯데는 5안타 빈공으로 '양들의 침묵'을 만들어버린 타선이 야속하기만 하다. 타자들이 힘을 좀 더 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양떼야구는 지금과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결과로 평가를 받게 마련이고 2위 수성에 위기를 맞은 양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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