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윤석민밖에 없다."
누군가가 외쳤다. 요즘 들쭉날쭉한 타격으로 일관하는 두산 타선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선수가 '신예 4번타자' 윤석민뿐이라는 얘기다. 확실히 윤석민은 요즘 활약이 남다르다. 김동주 대신 4번타자로 입지를 굳히면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답답한 두산 타선에서 유일한 활력소다. 경기 경험이 쌓이고 감각이 살아나면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강 베어스 두산 윤석민, 오오오오오오 홈런을 날려줘."
그가 타석에 등장하면 이런 응원의 노랫말이 울려펴진다. 록그룹 트랜스픽션이 직접 부른 새 응원가다. 두산 팬들이 직접적으로 홈런을 요구하는 선수가 윤석민이다. 그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준다. 두산의 새 파워히터로 자리매김해 달라는 요구에 그는 성실히 부응하고 있다.
윤석민은 최근 9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이 기간 중 멀티히트를 4차례 기록했다. 3번이나 한 경기 3안타를 쳐냈다. 홈런도 2개를 날렸다. 타격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23일 잠실 SK전에서도 그의 타격은 돋보였다. 1회 좌전안타로 심상치 않은 타격을 예고하더니 4회엔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로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날 두산이 기록한 유일한 장타였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전안타로 마지막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비록 두산은 1-3으로 패해 플레이오프 직행이 쉽지 않게 됐지만 윤석민의 맹활약은 위안거리였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윤석민은 9월에만 타율 3할9푼2리(51타수 20안타)를 기록했다. 홈런 3개에 8타점을 올렸다. 그는 4번타자로 자리를 굳힌 8월부터 타율 3할1푼9리 5홈런 1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성적을 바탕으로 시즌 타율도 2할8푼3리까지 치솟았다. 팀 최다인 9홈런을 때려냈다. 개인 첫 두자릿수 홈런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간다. 더구나 두산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 극심한 타격침체에 허덕이고 있지만 중심타자 자리가 단단해진 데다 선수들의 집중력도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 '10월 무대'에선 정규시즌과 달리 무기력하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희망이다.
윤석민은 오랫동안 '차세대 4번타자'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정작 필드에서 보여준 건 많지 않다. 워낙 두산의 선수층이 두터운 탓에 좀처럼 주전으로 승격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올 시즌 후반 김진욱 감독의 결단으로 기회를 잡았다. 김 감독은 타성에 젖은 기존 선수들 대신 '경기에 굶주린' 기대주들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그토록 고대했던 기회를 잡은 윤석민은 드디어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런 윤석민에 대해 "잘 해주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진정한 파워히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고 애정어린 충고를 한다. 윤석민은 "팀이 중요한 순간 연패에 빠져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면서도 "요즘은 경기하는 재미가 있다. 이젠 타석에 들어서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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