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지난 6일 SK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둔 문학구장 롯데 덕아웃. 포수 용덕한은 묵묵히 손톱에 흰색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투수와의 원활한 사인 교환을 위해 포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 용덕한은 꼼꼼하게 스티커를 붙인 뒤 포수 장비를 챙겼다.
롯데 덕아웃은 시끌벅적했다. 포스트시즌을 이틀 앞두고 저마다 가을 무대를 앞둔 각오 다지기에 한창이었다. 그러나 용덕한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상대는 공교롭게도 용덕한의 친정팀 두산이다. 용덕한은 지난 6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2004년 입단해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두산과의 포스트시즌 일전을 앞둔 것이다. 용덕한은 "두산과 맞붙는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남다르다. 그래도 이겨야 한다. 나는 롯데 선수니까. 다른 감정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덕한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차피 (강)민호가 나가잖아요. 저야 뒤에 몇 번 교체되겠죠." 두산에서는 양의지에, 롯데로 이적해서는 강민호에 밀린 처지. 용덕한의 말에는 짐작할 수 없는 무게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날 SK와 시즌 최종전에서 용덕한은 선발 포수로 나와 4타수 4안타 1도루 1득점으로 최고의 활약을 했다. 이날 롯데가 올린 유일한 득점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가치는 포스트시즌 들자마자 빛났다. 8일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가 3-4로 끌려가던 7회말 수비 도중 강민호가 홈송구에 얼굴을 강타당하는 부상을 입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강민호는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민호가 빠진 안방은 용덕한이 지켰다. 용덕한의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8회초 대타 박준서의 동점홈런 덕분에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용덕한은 5-5로 맞선 10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때리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어 용덕한은 황재균의 2루타 때 홈으로 들어와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스포트라이트는 용덕한을 비켜갔다. 용덕한은 동점 홈런을 때린 박준서, 연장 결승타의 주인공 황재균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경기 후 양승호 감독은 "강민호의 2차전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며 라인업 변화를 예고했다. 선발 포수 마스크 역시 용덕한이 넘겨받게 됐다. 용덕한은 "두산 투수들의 성향을 조금은 더 잘 알지 않겠나. 우리 투수들이 (리드를) 잘 따라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맨' 용덕한에게 진짜 기회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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