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박주영(27, 셀타 비고)이 이란전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박주영은 지난달 11일 우즈베키스탄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을 통해 A대표팀에 복귀했다. 런던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혜택을 받았고 아스널에서 스페인 셀타 비고로 임대 이적해 그를 옥죄고 있던 여러 환경적인 걸림돌들이 사라졌다.
A대표팀에서 박주영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17일(한국시간) 이란과 예선 4차전을 앞두고 박주영은 대표팀 부동의 원톱으로 낙점돼 이란 골문을 흔드는 역할을 맡았다.
박주영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셀타 비고에서 스페인리그 데뷔골을 넣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것을 확인한 최강희 감독이 애제자 이동국(전북 현대)을 과감히 제외하고 이번 대표팀 공격진을 꾸렸기 때문이다. 최 감독의 믿음이 커진 만큼 거기에 부응해야 하는 박주영이다.
이란전을 앞둔 박주영은 후배들에게 2009년 2월 테헤란 원정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당시 박주영은 후반 38분 박지성을 대신해 교체로 들어갔지만 벤치에서 경기장 분위기와 경기의 흐름을 예리하게 읽고 있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박주영에게는 보스 기질이 있다. 식사 때 보면 후배들에게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건넨다. 훈련 때도 비슷하다. 그래서 실전에서 더 기대감을 갖게 한다"라고 전했다.
역대 이란전에서 박주영은 골맛을 보지 못했다. 최강희호 출범 후에도 골을 넣지 못했다. 킬러 본능이 필요한 시점에서 박주영이 난적 이란을 상대로 골을 터뜨려준다면 그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박주영은 손흥민, 김신욱 등 개성 넘치는 공격진이 합류하면서 더 활발하게 공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스피드와 돌파력이 있는 손흥민이 뒤를 받쳐주면서 공간 장악력을 확보하는데 유리해졌고, 196㎝의 장신 김신욱으로 인해 제공권 부담을 덜게 됐다.
세트피스에서 박주영의 킥도 주요 득점 루트가 될 수 있다. 박주영은 14일 오후 테헤란 페이칸 훈련장에서 슈팅과 프리킥 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오른발 프리킥은 예리하게 골망을 흔들며 기분 좋은 예감을 들게 했다. 고지대에서는 볼이 더 빠르게 날아가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박주영의 킥은 위력적이었다.
10대10 자체 연습 경기에서는 동료들의 움직임을 지시하며 실전처럼 훈련했다. 볼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자 얼른 뛰어가 가져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주영의 집중력 끌어올리기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사양하는 데서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을 통해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뷰는 나중으로 미루겠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해왔다. 한 가지에 몰두하는 승부사 기질을 이란전까지 계속 유지하기 위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다른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박주영의 깊은 생각이었다.
최강희 감독도 박주영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최 감독은 "훈련도 적극적으로 하고 말도 많이 한다. 이란전 준비가 잘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그렇지만, "박주영이 절대적으로 잘해줘야 하지만 팀 전체가 중요하다"라며 박주영이 팀플레이 충실하면서 일을 내주기를 바랐다.
조이뉴스24 /테헤란(이란)=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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