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전북 현대 시절 경기 당일 경기장 출발을 앞두고 선발 명단을 발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보통 하루 전 조용히 알려주는 다른 사령탑과는 달랐다. 전북은 스쿼드 자체가 두터웠고 고정된 멤버가 확실해 사실 별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경기 전까지의 훈련에서는 주전, 후보를 확연히 구분짓지 않는다. 다양한 실험을 하며 최종적으로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자신이 선발로 기용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중해 훈련한다.
A대표팀에서도 최강희 감독은 그럴까? 맞다고 하기에는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종종 예상에 어긋나는 선발 기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감독을 두고 '여우'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17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이란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을 앞두고 있는 최 감독의 마음이 그런 것 같다.
대표팀은 16일 오전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최종 훈련을 했다. 주전과 비주전으로 구분하기에는 다소 불명확한 인원들이 뒤섞여 땀을 흘렸다.
앞선 15일 훈련을 통해 대략 선발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의 파트너에 대한 해답은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함부르크)과 김신욱(울산 현대)을 놓고 시험을 거듭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신욱은 16일 훈련에서는 비주전이 입었던 주황색 조끼를 벗었다. 주전과 비주전으로 나누지 않고 한데 섞여 훈련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웠지만 그의 곁에 늘 박주영과 이근호(울산 현대)가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최 감독은 이란전에서 초반 기싸움을 중요시하고 있다. 훈련을 통해 손흥민과 김신욱을 번갈아 박주영의 파트너로 시험했다. 최 감독은 "측면과 미드필더는 (훈련을) 본 대로 나갈 것이다"라면서도 박주영 아래 처진 스트라이커로 누구를 내보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공격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다양한 위치에서 뛸 수 있는 손흥민도 좋지만 196㎝의 장신 김신욱이 전반부터 나선다면 이란의 수비부담이 가중된다. 세트피스에서 제공권에 부담을 느껴 역습이 느려질 수 있다. 박주영의 공중볼 다툼 부담이 덜어지면서 공간을 찾는 특유의 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손흥민의 경우 박주영과 스타일이 유사한 측면이 있다. 드리블이나 슈팅력이 비슷하다. 측면에서 순식간에 중앙으로 이동해 동료와 벌이는 연계 플레이도 똑같다. 거칠게 나오는 이란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피지컬 부분에서 다소 약점이 있는 손흥민이 아니라 김신욱이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이유다. 소속팀 울산의 AFC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를 다녀와 우려됐던 역시차도 사라졌고 체력도 끌어올려 김신욱의 선발 출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여전히 아리송한 이란전 박주영의 파트너다.
조이뉴스24 테헤란(이란)=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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