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그래도 SK 하면 김광현이다."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이 플레이오프를 시작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내세운 것이다.
이 감독은 15일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광현을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의외의 선택이다. 이 감독 스스로 "성준 투수코치는 다른 투수를 제안했지만 내가 강력하게 밀었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선발 카드인 셈이다.
김광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다. "SK 하면 김광현"이라는 이 감독의 말대로 SK 내에서도 간판 투수라 할 수 있다. 네임 밸류만 놓고 보면 1차전 선발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올 시즌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광현에게 16일 등판은 그런 우려를 씻어내는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이 감독은 "작년보다 어깨나 컨디션이 좋다"며 믿음을 보였다. 김광현으로서는 이 감독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증명해내야 한다.
또한 이번 등판은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로 나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지난 악연을 끊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역시 김광현은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을 시작으로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선발로 등판했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KIA전에서는 4.2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나름대로 호투했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상대 선발 윤석민이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따낸 것과 대조되는 기록이었다. 플레이오프 롯데전에서는 3.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다행히 SK는 7-6 역전승을 거두고 1차전을 따냈다.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선발의 임무는 김광현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김광현은 4.2이닝 3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회까지는 삼진 8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으나 5회 신명철에게 2루타 등 집중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김광현은 200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했지만 5.2이닝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풀타임 1군 선수가 된 2008년부터 김광현에게는 매년 팀의 가을잔치 1차전 선발의 임무가 주어졌다. 손등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2009년이 유일한 예외였다.
그러나 시리즈 1차전에서 김광현이 승리투수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포스트시즌 선발승 자체가 아련한 기억이 돼버렸다. 200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의 선발승이 마지막이다. 아직도 김광현의 가을잔치 최고의 피칭은 신인이던 2007년 깜짝 선발 등판해 7.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던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으로 기억되고 있다.
다시 한 번 1차전 선발의 임무를 맡게 된 김광현. 단기전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차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김광현이 자신의 포스트시즌 1차전 첫 승을 따내며 이만수 감독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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