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못 치면 이길 수 없다."
지난 19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종료 후 이만수 SK 감독이 한 말이다. 이날 SK 타선은 롯데 투수 고원준과 김성배에게 고전하며 1-4로 졌다. 안타는 총 5개뿐이었다. 이 감독은 "타자들이 고원준과 김성배 볼을 전혀 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럼 이길 수 없다. 중심 타선이 해줘야 한다"며 타선의 분발을 촉구했다.
3차전뿐만이 아니다.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SK의 타선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야 플라이 하나 나오지 않아 무사 3루 찬스를 날린 기억도 있다. 4경기서 SK 타자들의 안타는 총 29개. 팀 타율은 2할2푼이다. 롯데의 타율은 2할3푼5리로, 역시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나마 SK보다는 높다.
톱타자 정근우가 4차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4경기 16타수 7안타로 가장 높은 타율(4할3푼8리)을 기록 중이다. 최정이 13타수 4안타 타율 3할8리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박정권, 이호준 등 중심 타자들의 부진은 길어지고 있다. '가을 사나이' 박정권은 플레이오프서 단 2안타에 그쳤다. 타율은 1할3푼3리다. 4번 타자 이호준 역시 2안타뿐이다.
하위 타선의 침묵은 더 심각하다. 포수 정상호는 5타수 무안타, 유격수 박진만은 10타수 1안타다. '가을동화' 조동화도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땅볼-뜬공-삼진이 반복되니 타석에 들어선 선수도 힘이 빠진다. 상대 투수에게는 '쉬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만수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서 롯데 용덕한과 박준서의 활약을 주목했다. "내가 뽑은 준플레이오프 MVP는 용덕한"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견제가 집중되는 중심타선 대신 소위 '미치는 선수'의 깜짝 활약이 나와야 경기를 손쉽게 풀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SK에는 그런 선수도 없다.
터져야 할 타선이 침묵을 거듭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앞선 타석에서 아무리 득점 찬스를 만들어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해 점수가 나지 않는다. 엇박자가 심해 연속안타도 귀하다. 이같은 악순환은 팀 전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듭된 득점 실패로 분위기 자체가 처지는 것이다.
SK는 22일 문학에서 롯데와 최종 5차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양 팀 선발 투수는 1차전과 같은 김광현과 유먼이다. SK는 1차전서 6안타로 2득점을 올리며 롯데를 2-1로 눌렀다. 선발 김광현은 6이닝 1실점 호투로 1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1차전 승리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나 김광현의 호투가 5차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믿었던 박희수-정우람 막강 불펜도 볼넷, 사구, 홈런 등을 내주며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규시즌에서의 완벽한 구위는 아니었다.
결론은 하나. 타선이 제때 터져야 한다. 마운드는 양 팀이 팽팽히 맞선다고 볼 때 승리하는 길은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이다. 이 감독은 질책대신 격려를 택했다. 답답할 법도 하지만 "그동안 못쳤으니 이제 터질 때가 되지 않았겠나"라며 애써 웃었다. SK 타선은 마지막일지 모를 가을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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