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포기는 이르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2패 뒤 4연승으로 우승 반지를 거머쥔 역사가 있다. 다른 팀도 아닌, 5년 전 SK가 직접 일궜던 기적이다.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벌이고 있는 SK가 또다시 벼랑 쪽으로 몰렸다. 적지에서 삼성에 2연패를 당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문제는 경기 내용이다. 접전 상황은 없었다. 초반 승기를 내준 뒤 허무하게 졌다. 터지지 않는 타선은 번번이 찬스를 걷어찼다. 뜻밖에 싱거운 한국시리즈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 연승을 거둔 팀의 우승확률은 93.3%다. 15번 중 무려 14번이다. 수치를 보면 SK의 반격 가능성은 더 희미해진다. 더구나 마운드와 타선의 빈틈이 보이지 않는 삼성을 상대로 역전 드라마를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2패 뒤 4연승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팀이 바로 SK다.
"4승을 해야 우승하는 것이다." 2패 뒤에도 김성근 감독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내리 4승을 올린 SK가 우승 반지의 주인공이 됐다.
2007년 정규시즌 1위 SK가 막상 한국시리즈서는 두산을 맞아 1, 2차전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플레이오프서 한화를 3연승으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의 물오른 경기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마운드는 물론 타선에서도 밀렸다.
SK는 3차전부터 반격에 나섰다. 장단 16안타를 폭발하며 두산을 격파했다. 당시에도 톱타자로 나섰던 정근우가 4타수 2안타 2득점 활약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도화선이 있었다. 3차전 도중 SK 김재현과 두산 이혜천의 빈볼 시비가 있었고, 이는 심각한 벤치 클리어링으로까지 번졌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힘겨루기가 결국 SK 선수단을 뭉치게 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SK는 탄탄대로였다. 4차전에서는 신인 김광현이 7.1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4-0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시리즈는 2승 2패 원점이 됐다.
분위기는 완전히 SK로 넘어왔다. 5차전에서는 김재현의 결승 3루타를 앞세워 4-0으로 두산을 눌렀고, 마지막 6차전마저 가져오며 팀 창단 8년 만에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SK는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앞서 치른 5번의 한국시리즈서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또 삼성에 덜미를 잡힐 위기다. 여유 속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한 때다. 분위기 전환을 위한 '한 방'이 있다면 더욱 좋다. 2007년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 기죽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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