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알고도 당한다는 말이 딱 맞는 손흥민(20, 함부르크SV)의 골이었다.
손흥민은 27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아레나에서 열린 2012~2013 독일 분데스리가 9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와 원정경기에서 전반 13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함부르크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의 시즌 5호골이자 세 번째 결승골이다. 순도도 높다. 무엇보다 오른발 2골, 왼발 2골, 헤딩 1골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골을 터뜨리며 상대의 분석이나 대비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독일 언론도 손흥민의 활약에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종합지 빌트는 아우크스부르크전 골에 평점 2점을 부여했다. 양팀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평점이다. 독일 언론의 평점은 잉글랜드와 달리 평점이 낮을수록 좋다. 1골 1도움을 해낸 아르티온스 루드네브스가 3점을 기록해 사실상 손흥민이 이 경기 최고 선수임을 알렸다.
골 장면을 뜯어보면 침착한 손흥민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동선이다. 상대의 분석에 충분히 파악될 수도 있지만 수비수를 앞에 두고도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골을 넣는 등 스스로 이겨내고 있다.
지난달 22일 '디펜딩 챔피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에서 넣은 시즌 3호골이 대표적이다. 손흥민은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의 볼을 가로챈 뒤 순식간에 아크 오른쪽까지 드리블해 왼발로 골을 넣었다. 수비수 세 명이 시야를 방해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이전 시즌 같았으면 동료에게 패스를 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부터 보여줬겠지만 올 시즌에는 찬스를 곧바로 골로 연결하는 과감한 결단력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또, 어느 발에서 골이 터질지 모른다는 장점은 상대 수비수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승리욕도 손흥민의 힘이다.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기술은 수준급이다. 체력만 다지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대표팀 차출로 지난 17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이란 원정을 다녀온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컨디션을 잘 조절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믈라덴 페트리치, 파울로 게레로가 모두 이적해 손흥민에게 더 많은 기회가 왔다. 포지션 면에서도 측면은 물론 중앙 공격수로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행운도 뒤따랐다. 공격 조율사인 라파엘 판 데르 바르트가 토트넘 홋스퍼에서 함부르크로 컴백한 뒤 특급 도움을 받고 있다. 판 데르 바르트의 다양한 패스를 손흥민이 놓치지 않고 슈팅으로 연결하며 믿음을 보여줬다. 상대 수비수들이 판 데르 바르트의 동선을 쫓다 손흥민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열정 넘치는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차분한 킬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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