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양쪽 덕아웃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이만수 SK 감독은 "순리대로 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오후 2시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시리즈 3차전이 비로 취소됐다. 경기는 하루 연기돼 28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서 열린다. 이후 시리즈 일정도 하루씩 밀리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는 하면 좋겠지만, 비가 오는 걸 누가 말리나. 순리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승엽의 선제 투런포로 1차전을 승리했고, 최형우의 만루포를 앞세워 2차전마저 가져갔다. 1차전 윤성환, 2차전 장원삼의 연이은 선발 호투도 힘이 됐다. 그런데 비로 3차전이 하루 미뤄졌다. 달아오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싶은 삼성으로서는 아쉬울 법도 하다.
그러나 류 감독은 "정규시즌에도 2, 3일씩 쉬고 한다"며 "오히려 취소로 3차전 경기를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비는 전혀 관계없다"고 여유 있게 말했다. 덕아웃을 찾은 송삼봉 삼성 단장도 류 감독의 손을 잡으며 "순리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의 처음 반응도 류 감독과 비슷했다. 이 감독은 "플레이오프 연패 도중 부산에서 치른 낮 경기는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됐다. 그런데 비는 상관없다. 하늘의 뜻이다. 순리대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곧 이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였다. SK는 작년 플레이오프서 롯데와 만나 2승 2패를 기록한 후 5차전이 우천 취소돼 하루 더 휴식을 취한 뒤 롯데를 잡고 3승 2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이에 이 감독은 "비가 우리에게는 고마울 수 있다. 아무래도 패한 쪽이 휴식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찾지 않을까"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홈 이점도 있다고 했다. "2패 후 집에서 아내와 아들을 보니 굉장히 위안이 되더라. 아들의 첫 마디가 '아빠, 용기 잃지 마세요. 아직 많이 남았어요'였다. 지방에서 지면 잠을 못 잔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게 홈의 이점이다."
나름대로 여유롭게 비에 대처하던 덕아웃 표정은 선발투수 발표에서 조금 엇갈렸다. 마운드에 자신 있는 류 감독은 "전술 변화는 없다. 하루 밀린다고 투수가 바뀌는 것도 없다. 3차전 배영수, 4차전 탈보트. 정해둔 대로 그대로 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감독은 "계획은 기존 투수가 하루씩 뒤로 밀리는 것이지만, 확정은 아니다. 바뀔 수도 있다. 투수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늘 변수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이후 12시쯤 한국야구위원회의 경기 취소 결정이 공식적으로 내려졌고, 원래 3차전 선발 예정이었던 배영수와 부시가 그대로 28일 경기 선발로 나서기로 했다.
조이뉴스24 인천=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