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최정이 괴력을 입증했다. 방망이가 부러지는 와중에도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사건'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벌어졌다. 최정은 1-0으로 앞선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 선발 탈보트의 2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앞서 박재상의 솔로포에 이은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7번째 연속 타자 홈런 기록이다. 이후 SK는 이호준의 2루타에 이은 김강민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보태 3-0 리드를 잡았고, 결국 4-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 2패를 맞췄다.
최정의 홈런 속 숨은 이야기도 있었다. 최정이 탈보트의 몸쪽 공을 당겨치는 순간, 방망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최정의 표현을 빌리자면 '짜그작'하는 소리였다.
방망이는 부러졌지만 타구 코스는 좋았다. 좌측 담장을 향해 힘차게 뻗어 가는 공을 보며 최정은 생각했다. '2루타는 되겠다.'
최정은 전력으로 달렸다. 그런데 상대 야수들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홈런인 줄 몰랐던 최정은 손가락을 하늘로 찌르며 '홈런이 맞느냐'는 손짓을 했다. 최정은 "먹힌 타구였다. 코스가 좋아 2루타는 되겠다 싶어 열심히 달렸는데, 상대 플레이가 안 이루어지더라. 홈런인 줄 그때 알았다"며 허탈해했다.
동료의 반응은 더 아쉬웠다. 홈으로 들어와 두 주먹을 쥐고 세리머니를 한 최정에게 "세리머니가 그게 뭐냐"는 타박이 이어진 것이다. 최정은 "방망이가 깨지는 소리를 다 들은 줄 알았다. 나는 깨진 방망이로도 홈런을 쳤다는 의미로 기뻐한 것인데, 아무도 모르더라"라며 웃었다.
유쾌한 에피소드와 함께 탄생한 최정의 솔로포는 SK에도 희망의 신호탄이 됐다. 1, 2차전에서 고전하던 팀 타선이 3차전부터 살아났다. 4차전에서는 잠잠하던 박재상의 방망이까지 터졌다. 타격감을 꾸준히 이어오던 최정의 홈런이 더해지면서 SK의 타격 상승세도 이어질 수 있었다.
최정은 "빨리 선취점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앞서 (박)재상이 형이 홈런을 쳐 마음이 편해졌다.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타석에 섰고, 홈런이 나왔다. 만약 생각이 많았다면 배트가 안 나갔을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조이뉴스24 인천=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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