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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시진 감독 선임 배경…'안정'에 무게


[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5일 김시진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양승호 전 감독이 지난 10월 30일 사퇴한 뒤 일주일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롯데 사령탑으로 하마평에 오른 이들은 여러 명이었다.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우승 경험이 있는 전 감독들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고, 염경엽 감독이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넥센처럼 팀 내부인사의 감독 발탁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결국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김시진 감독이 그간 보여준 지도력과 경험을 믿기로 한 것이다.

김 감독은 웬만해선 자기 목소리나 색깔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구단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넥센 감독 시절에도 선수들을 잘 다독이면서 팀을 꾸렸다는 평이 많다. 비록 넥센 재임시절 팀 성적이 좋지 않았고 올 시즌에도 결국 4강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롯데는 우승의 염원을 이뤄줄 적임자로 김 감독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롯데와 선수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 지난 1989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아온즈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 감독은 삼성시절 선동열 현 KIA 타이거즈 감독, 고(故) 최동원과 함께 당시 프로야구 투수 '빅3'에 꼽혔고 세 선수들 중에서 가장 먼저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롯데로 이적한 후인 1992년 현역 은퇴했다.

김 감독은 넥센 사령탑 시절 사직구장 원정경기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롯데에서 뛸 때 팀에게 도움을 준 부분이 별로 없었다"며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20년 만에 다시 사직구장 덕아웃을 지키게 됐다.

롯데는 투수력을 끌어올리는데 남다른 노하우를 갖고 있는 김 감독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등 단기전에선 마운드의 높이가 매우 중요하다. 양승호 감독이 이끈 지난 두 시즌 동안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성배를 데려왔다. 올 시즌 '양떼 불펜'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해진 중간계투 덕을 봤다. 그러나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롯데는 당장 내년 시즌 선발진을 꾸리는 게 과제다. 외국인투수로 올 시즌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준 쉐인 유먼을 붙잡아야 하고, 예년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인 라이언 사도스키와 재계약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선발 요원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는 고원준, 진명호 등의 기량도 향상시켜야 한다. 코치로 현대의 투수왕국을 이끌어내고, 감독으로 넥센 마운드를 꾸려온 명투수 출신 김시진 감독이기에 롯데에서 할 일은 많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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