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오랜만에 사직구장에 모인 홈 팬들 앞에서 승리를 거뒀다. 롯데는 8일 열린 '아시아시리즈 2012' 공식 개막전 퍼스 히트(호주)와의 경기에서 선발 송승준의 역투와 장단 12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힘으로 6-1로 이겼다.
롯데 선수들은 팀 승리가 확정되자 손바닥을 마주치고 서로를 격려했다. 그러나 어쩐지 흥이 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삼성 라이온즈와 견줘 분위기가 아무래도 처질 수밖에 없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분위기를 탔던 롯데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2승 3패로 밀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 후폭풍이 있었다. 양승호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 이 과정에서 팀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김시진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새 수장으로 선임하면서 사령탑 공백 기간을 최소화했지만 분위기는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대회를 앞두고 공식 연습이 열린 7일 오전 김해 상동구장에서 김시진 신임 감독과 선수단이 상견례를 가졌는데 새 감독과 선수들 모두 아직은 서로가 조금 어색했다. 양 감독 사퇴 이후 아시아시리즈 기간 동안 임시로 팀을 이끌고 있는 권두조 수석코치 자리도 그랬다. 어쩐지 모양새가 부자연스럽다.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이후 쉴 시간이 별로 없었다. 롯데는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 6일부터 부산롯데호텔에 모여 합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선수들은 두산과 SK를 상대로 치른 포스트시즌 홈경기 때도 자택에 머물지 않고 합숙훈련을 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 피로도가 상당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초강력 '피로회복제'를 섭취한 삼성과는 사정이 다르다.
이날 퍼스와 경기에 앞서 러닝을 끝내고 덕아웃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홍성흔에게 취재진이 몰렸다. 홍성흔은 "감독님이 안계시니 다들 저한테 오시는군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대회 기간 감독대행을 맡은 권두조 코치도 이날 경기 전 별다른 얘기없이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지켜봤다.
홍성흔은 "그래도 어영부영 경기를 치를 순 없지 않느냐"며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와 견줘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신경이 쓰인다. 부산에서 열리는 대회라 선수들이 받는 심리적인 압박은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성흔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전날처럼 최근에 잠을 잘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대회를 치르지만 선수들은 왠지 낯선 느낌을 받는다. 대회를 주관하는 곳은 롯데가 아닌 한국야구위원회(KBO)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늘 사용하던 1루측 덕아웃에 있었지만 이날은 원정팀 자격으로 퍼스와 경기를 치렀다.
야간경기를 치르기에 조금 쌀쌀한 날씨 탓인지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은 정규시즌 평균에 못미칠 정도로 빈 자리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래도 1루측 관중석에 자리한 팬들은 '롯데 자이언츠'를 외치고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변함없은 애정으로 성원을 보내줬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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