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류현진(한화)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진행 결과 2가지 사실이 부각됐다. 첫째는 2천573만달러(약 280억원)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낙찰가이고, 둘째는 해당 구단이 LA 다저스라는 점이다.
당초 류현진 영입전에는 시카고 커브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커브스는 2천만달러 상당의 거액을 응찰액으로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커브스는 오래 전부터 류현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영입을 희망한 팀이다. 그러나 '복병' 정도로만 여겨졌던 다저스가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다저스는 류현진을 반드시 잡겠다는 각오로 커브스보다 30% 정도 많은 응찰액을 써내 독점협상권을 따냈다.
다저스는 선발진이 나름대로 갖춰진 팀이다. 내년 시즌 로테이션을 꾸리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부족하다 싶으면 FA 시장에서 괜찮은 선발투수를 구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데에는 '국제적 위상 강화'라는 다저스의 또 다른 목표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FOX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모로시는 13일(한국시간) "지난 겨울 투자그룹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CEO 마크 월터가 구단을 인수한 뒤 다저스는 통 큰 행보를 보였다"며 구단주가 바뀐 뒤 다저스는 주로 외국 출신 스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저스는 지난 7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보스턴과의 블록버스터 트레이드로 3명의 빅네임 스타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핵심인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는 멕시코 혈통으로, 지난 2006년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멕시코 대표로 참가한 적이 있다. 플로리다에서 끌어들인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다. 쿠바를 탈출한 외야수 랜스 푸이그와는 총액 4천200만달러에 계약했다. 그리고 한국의 류현진과 협상권마저 따내면서 '국제적 구단'이란 위상을 재확립하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 1990년대 이른바 'UN로테이션'을 앞세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다. 당시 가장 먼저 아시아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국의 박찬호와 일본 출신 노모 히데오를 영입했다. 여기에 멕시코 출신 이스마엘 발데스와 도미니카공화국의 영웅 라몬 마르티네스로 선발로테이션을 꾸려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샀다. 다저스의 선도적인 움직임 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카우트를 아시아로 파견했고, 그 결과 수많은 한국과 일본, 대만 출신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 다저스는 그러나 최근 10년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프랭크 매코트 전 구단주의 이혼소송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예전의 영화를 크게 잃었다.
하지만 뉴욕에 이은 미국 제2의 도시인 LA를 연고지로 한 특성상 국제적 위상 강화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제였다. 지난해부터 구단주가 바뀐 다저스는 최근 베테랑 스카우트 밥 잉글을 해외 담당 스카우팅국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잉글은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베네수엘라에서 영입한 인물. 그가 합류하면서 다저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졌고, 결국 류현진 영입전에도 뛰어들어 승리할 수 있었다.
다저스의 이런 광폭 행보 뒤에는 엄청난 자금력이 뒷받침됐다. 내년 시즌 다저스의 연봉총액은 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부문 1위 뉴욕 양키스에 이은 2위다. 지역 케이블 채널로부터 확보할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덕분이다. 다저스는 전경기 독점 중계권을 건네는 대가로 FOX및 타임워너케이블과 5년 25억달러 수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류현진 영입전에 선뜻 거액을 써낼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지난해 스캔 캐스틴 사장이 부임한 뒤 나와 월터 구단주 셋이 모여 한 첫 회의 주제가 국제적인 움직임의 필요성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며 "지금 당장 시작하자고 뜻을 모았다. '국제적인 사고'는 다저스의 DNA"라고 소개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다저스의 이런 움직임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해외 아마추어 선수 계약이나 드래프트에는 한계가 있다, FA 영입을 제외하면 이런 과정(국제적인 절차를 통한 해외 프로 선수 영입)만이 다른 구단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48∼153㎞를 던지는, 메이저리그에서 당장 뛸 수 있는 좌완 투수는 요즘 찾기 어렵다. 다저스에 찬사를 보낸다"며 류현진을 점찍은 다저스의 안목을 높이 사며 "다저스의 브랜드는 1990년대 양키스처럼 국제적으로 다시 강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다저스의 류현진 영입은 해외 시장의 중요성, 다인종이 몰려 있는 LA라는 지역적 특성, 여기에 목표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자금력이 어우러진 결과인 셈이다. 다저스는 다음달 9일까지 류현진 측과 단독 협상할 수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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