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갈팡질팡하던 광주FC가 시즌 막판 달라졌다.
광주는 지난 17일 성남 일화와 K리그 40라운드에서 0-3으로 지고 있던 절망적 상황에서 네 골을 몰아넣으며 4-3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K리그에서 보기 드문, 3골 차를 극복한 역전 승리였다.
이 경기로 패배의식이 드리워지던 팀 분위기도 180도 달라졌다. 광주는 지난 11일 강원FC와 39라운드에서 1-1로 비기며 강등권 싸움에서 가장 불리해졌다. 분수령이나 다름없는 강등권 팀간 맞대결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허망하게 실점하며 승점 3점을 잃어버린 뒤 선수단 분위기는 최악으로 떨어졌다.
절실함 속에서 맞은 성남전의 대역전극은 선수단은 물론 구단 프런트도 똘똘 뭉치는 계기로 만들었다. 광주는 올 시즌 역전승이 한 번도 없었다. 선제골을 넣고 동점과 역전을 허용한 뒤 다시 뒤집었던 지난 3월 1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무기력한 무승부나 패배였다.
특히 스플릿 라운드 들어 여섯 경기에서는 모두 선제골을 넣고도 경기가 뒤집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선수단 사이에서는 한 골을 넣어도 불안하다는 마음이 팽배해졌다. 답답한 마음의 최만희 감독이 강등이 될 경우 선수단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 충격 요법까지 사용했지만 소용없었다.
광주 프런트 분위기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좋을 리 없었다. 일부는 정말 강등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특히 강원전 무승부 뒤 강등 싸움에서 더 불리해지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성남전 승리는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시즌 초반처럼 골을 지킬 수 있는 힘을 다시 찾았다.
공격수들도 깨어났다. 복이는 21경기, 주앙파울로는 19경기 만에 골 가뭄을 털어내며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 특히 오랜 부진에 속을 태웠던 주앙파울로는 성남전에서 그림같은 골을 넣고 승리 뒤 펑펑 울며 마음의 짐을 던 모습을 보였다. 최 감독에게 "너무나 죄송하다. 앞으로 죽을 힘을 다해서 뛰겠다"라며 살신성인을 다짐했다.
광주 관계자는 "선수대기실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소리지르고 울고 웃었다. 가슴의 응어리를 한꺼번에 털어낸 것 같다"라며 "올해 첫 역전승이라 더 의미가 있다. 성남전이 선수들에게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최만희 감독과 박병모 단장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 감독은 성남전 뒤 박 단장이 0-3으로 지는 것을 보고 그냥 가버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단장은 VIP석에서 성남 박규남 단장, 정철수 사무국장과 함께 경기를 관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뿌리깊은 불신에서 나온 해프닝이다. 광주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올해 선수단 훈련장 사용 문제를 놓고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여럿 있었다. 선수단의 생활 여건 개선이 미진하면서 최 감독이 단장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일이 터진 셈이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서는 두 사람의 화합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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