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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송지만 "내년 시즌 내겐 보너스"


[류한준기자]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협상을 가졌다. 양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던 가운데 23일 오후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며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판과 규모, 내용이야 다르지만 프로야구에서도 조용하게 '백의종군'을 선언한 선수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최고참 외야수 송지만이다.

송지만은 올 시즌 부침을 많이 겪었다. 부상-재활-부상-2군행을 반복했다. 시작은 처음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연봉협상이 늦어지는 바람에 1월 미국 애리조나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뒤늦게 일본 가고시마캠프에 합류했지만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시즌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였던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발목에 공을 맞아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빠졌다. 재활을 하고 1군 복귀를 눈앞에 뒀지만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출전한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그만 왼쪽 발목이 골절됐다.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

송지만은 수술 대신 재활을 결정했다. 발목에 철심을 박고 치료를 했다. 팀이 한창 4강 순위 경쟁을 하던 7월 목동구장 트레이닝장에 나와 후배들을 격려했고 1군 복귀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과욕이었다. 송지만은 "지난 일이지만 그 때는 복귀를 너무 서둘렀다"고 했다. 송지만은 8월 중순 팀에 복귀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마음이 급했기 때문인지 어이없는 공에 방망이가 나갔다. 팀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되려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았다.

결국 송지만은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힘이 빠진 넥센은 4강에서 멀어졌고 그렇게 9월이 왔다. 송지만은 9월 40인 엔트리 확장 때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앞으로의 수순이 눈에 보였다. 어느덧 노장선수로 분류되는 자신을 바라보게 됐다. 2군 선수들이 있는 강진구장에서 어린 후배들과 함께 묵묵히 배트를 휘둘렀지만 점점 잊혀진 존재가 됐다.

송지만은 "이렇게 선수생활을 마감하긴 싫었다"고 했다. 그러나 팀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였다. 김시진 감독이 시즌을 끝마치지 못하고 계약해지돼 지휘봉을 놓았고, 김성갑 수석코치가 대행 자리를 맡아 시즌을 마무리했다.

송지만은 "사실 그 때 다른 팀을 알아보기 위해 구단에 먼저 얘기를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넥센도 송지만의 뜻을 존중했다. 조건 없이 그를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냉정한 현실, 그리고 유턴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송지만은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넥센은 10월 주루코치를 맡고 있던 염경엽 코치가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송지만은 신임 염 감독을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송지만은 내년 시즌 연봉에 대해 구단측에 백지위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대로 유니폼을 벗긴 싫었다.

송지만은 "은퇴와 현역선수 연장을 놓고 고민을 했었다"며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과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떠나기로 한 팀을 다시 찾은 이유도 있었다.

송지만은 "가족들과 지인은 '한 시즌 더 선수생활을 한다면 그래도 넥센 유니폼을 입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했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송지만의 얘기를 듣고 구단에 그의 뜻을 알렸다. 송지만은 마무리훈련 명단에는 빠졌지만 2013년 넥센 전력에 포함됐고 자율훈련을 위해 11월 초 다시 목동구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송지만은 "지금까지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만 야구를 했었다"고 인정했다. 이런 부분이 지금까지 17시즌을 뛸 수 있게 한 원동력일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 경험은 송지만이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송지만은 "내년 시즌은 내게 주어진 귀중한 보너스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힘을 빼기로 했다. 내가 아닌 팀을 위해서 현역선수로는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시즌 준비를 위해 다시 그라운드로 나선다.

동산중-동산고-인하대를 거친 송지만은 1996년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데뷔했다. 신인 시절 122경기에 나서 타율 2할8푼7리 18홈런 53타점 10도루를 기록한 그는 곧바로 한화의 중심 타자로 우뚝 섰다. 19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22홈런 20도루, 32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면서 2시즌 연속 20-2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자유계약선수(FA)자격을 얻어 2004년 현대 유니콘스로 이적했고 이후 계속 넥센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는 프로 17시즌 통산 1천904경기에 나와 6천569타수 1천856안타(309홈런) 타율 2할8푼3리 1천22타점 165도루를 기록 중이다.

송지만은 "솔직하게 2천안타에 대한 욕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는 매일 매일이 그리고 매 경기가 내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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