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마운드는 이제 미련을 버렸다. 다시 배트를 손에 쥐고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 한다. 김대우는 타자로 다시 포지션을 옮긴 지 2년 반 정도 됐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맞히는 공보다 방망이를 그대로 지나가는 공이 더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퓨처스리그부터 조금씩 공을 때려내는 느낌을 알아갔다. 김대우는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진 않았다. 15경기에서 49타수 15안타(1홈런) 11타점 타율 3할5리를 기록했다. 이어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선 78경기에 출전해 277타수 82안타(10홈런) 65타점 그리고 21도루까지 기록했다. 홈런은 롯데 2군 타자들 중 가장 많았다.
퓨처스리그에서 활약을 눈여겨본 양승호 전 감독은 올 시즌 5월과 9월 두차례 김대우를 1군으로 올렸다. 그러나 역시 1군 무대의 벽은 높았다. 그는 6경기에서 주로 대타로 나왔는데 무안타에 삼진 4개를 기록했다.
김대우는 "주간과 야간 경기 차이도 있었지만 투수들의 공이 정말 달랐다"며 "집중력 차이도 물론 있었다"고 짧은 1군 경험에 대해 얘기했다. 김대우는 10월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왔다. 그는 "처음에 애리조나에 도착했을 때 투수들의 공을 칠 수가 없더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를 계속 나가면서 감을 잡기 시작했다. 안타가 나오면서 타구는 점점 더 멀리 날아갔다.
김대우는 "교육리그 참가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자신감이 늘어나자 방망이도 잘 돌아갔다. 김대우 스스로가 내년 시즌을 기대하는 이유다.
▲경쟁은 나를 키운다
김대우는 내년 스프링캠프부터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러지는 시범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모의고사다. 김대우도 이 때 눈도장을 찍지 않는다면 사직구장이 아닌 상동구장에서 시즌을 시작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대우가 경기에 나온다면 지명타자 또는 1루수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지명타자로 활약하던 홍성흔이 두산 베어스로 FA 이적했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지명타자감으로 꼽히는 장성호(전 한화)가 왔다. 그리고 롯데의 기존 1루수 자리에는 김대우와 같은 좌타자인 박종윤이 버티고 있다. 베테랑인 박준서와 조성환 그리고 장성호도 1루 수비가 가능하다. 그렇게 따지면 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마무리훈련 기간 동안 김대우에게 파워를 주문했다. 김대우도 "그래서 팀 훈련이 끝난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홍성흔 선배처럼 몸을 만드는 게 1차 목표"라고 웃었다. 팀 동료 전준우도 김대우를 가르켜 "(김)대우 형은 파워만큼은 가르시아와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퓨처스리그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은 선수치고는 표정이 밝다. 김대우는 "원래 성격이 그렇다"고 웃는다. 이런 긍정적인 성격이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김대우는 "항상 웃었는데 주변에서는 운동을 열심히 안한다고 한다"며 "그래서 내년부터는 표정관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대우가 꼽은 롤모델은 마운드 위에서 표정 변화없기로 유명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다. 그는 "(오)승환이 형처럼 돌부처가 되려고 한다"고 했다.
물론 표정관리가 우선은 아니다. 팀에서 원하는 만큼 방망이에 공을 맞히고 타구를 멀리 보내는 게 김대우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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