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손아섭을 1번에 둘려니 아깝고. 거 참 고민이네요."
롯데 자이언츠 박흥식 타격코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배팅오더를 짜보곤 한다. 시즌이 치러지고 있는 시기는 아니지만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서다.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두 명의 타자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겼다. 각각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에서 활약을 한 김주찬(KIA 타이거즈)과 홍성흔(두산 베어스)이 빠져나갔다.
롯데는 두 선수의 이적으로 생긴 틈을 반드시 메워야 한다. 오프시즌 동안 새롭게 롯데호에 승선한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생각이 많다. 일단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수혈로 한화 이글스에서 검증된 베테랑인 장성호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김주찬이 주로 뛰었던 1번 자리다.
박 코치는 22일 '조이뉴스24'와 통화에서 "기록만 놓고 보면 현재 팀 상황에선 손아섭이 1번에 가장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중심타선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김 감독도 "출루율만 따진다면 (손)아섭이가 1번타자로 나서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3, 4, 5번 자리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박 코치는 "감독님과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5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여러 상황을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손아섭을 1번에 두는 오더도 당연히 포함됐다.
하지만 롯데로선 가장 좋은 건 역시 손아섭이 3번 자리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테이블 세터로 나서본 경험이 많은 전준우는 일단 중심타선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강민호에겐 공격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타순을 구상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19홈런을 기록한 강민호는 타격 성적만 따진다면 4번 또는 5번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박 코치가 꼽는 1번 타자 후보는 많게는 5명 정도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있다. 김대우와 신인 조홍석이 어떤 활약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내년 시즌 롯데 타선이 달라진다.
박 코치는 "(김)대우가 중심타선에 들어갈 경우 손아섭, 전준우 등의 활용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펀치력만 따진다면 프로야구 전체 타자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김대우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투수에서 타자로 본격적으로 포지션을 바꾼 지 얼마 안됐고 1군 경기 경험이 적다. 퓨처스리그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해도 1군과는 다르다. 또한 약점으로 지적되는 선구안을 키워야 한다.
박 코치는 김대우에게서 넥센 히어로즈 시절 가르쳤던 박병호가 떠오른다고 했다. 박 코치는 "(김)대우도 본인이 이제 마지막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넥센에서 박병호도 그 기회를 잘 살렸다. 대우도 충분히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입단한 신인 외야수 조홍석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배명고와 원광대를 나온 조홍석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선수로 꼽혔다. 박 코치는 "야구 센스는 정말 뛰어나다"고 했다. 컨택 능력 또한 준수한 편이다.
박 코치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스프링캠프를 거쳐 앞으로 치를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조홍석에게 1번 자리를 많이 경험시킬 계획이다. 박 코치는 "선수가 그 부담을 어떻게 덜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조홍석이 주전급으로 빨리 자리를 잡을 경우 넥센 서건창처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하위 타순에서 먼저 뛸 가능성도 있다.
또한 박 코치는 "조홍석은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다. 당장 내년 시즌 활약이 떨어지더라도 경험이 쌓이면 테이블 세터로 충분히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