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상황이 반전되나.
LA 다저스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류현진(한화) 측에 '협상의 지렛대'가 생길 조짐이다. 예상과 달리 다저스가 윈터미팅을 빈손으로 마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저스는 스토브리그 들어 확실한 전략을 세워뒀다. 지난 4일부터 오는 7일까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리고 있는 윈터미팅서 FA 최대어 잭 그레인키 계약을 이끌어낸 뒤 10일까지 독점협상권을 확보한 류현진과도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외야와 백업 내야수, 그리고 불펜 요원 등도 몇 명 끌어들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윈터미팅 폐막을 불과 하루 앞둔 6일까지 다저스는 아무런 소득이 없다. 오히려 지난 여름 마이애미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좌완 불펜투수 랜디 쵸트를 빼앗겼다. FA인 쵸트는 이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3년 750만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쵸트는 다저스의 재계약 대상이었지만 그만 허를 찔리고 말았다.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그레인키 계약은 전혀 진척이 없다. 투수 사상 최고액이 예상되는 그레인키는 급할 게 없다는 전략이다. 시간을 끌면서 여러 팀들의 경쟁을 부추겨 몸값을 끌어올리겠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그레인키가 다저스가 아닌 올 시즌 활약한 LA 에인절스에 잔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SPN은 "그레인키가 생소한 다저스가 아닌 이미 익숙해진 에인절스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새 팀에서 최고 몸값으로 다년 계약을 맺은 뒤 감내해야 하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물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윈터미팅에선 각종 소문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모든 기사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레인키가 정신적으로 강한 선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보도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 현재 그레인키 영입전에는 다저스와 에인절스, 그리고 텍사스 레인저스가 뛰어든 상태다.
상황이 이러니 다저스는 애가 탄다. 네드 콜레티 단장은 "그레인키를 비롯해 우리가 관심있는 선수들이 모두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을 끌면서 여러 팀들의 오퍼를 기다리며 조건을 저울질한다는 의미다. 이번 겨울 다저스가 F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급할 게 없다는 자세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몸값이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돈다발을 손에 쥐고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류현진에겐 나쁠 게 없다.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저스가 그레인키를 확보하지 못한 채 윈터미팅을 마친다면 시간의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 윈터미팅 폐막 후 류현진 협상 마감시한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아 류현진 계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레인키의 사인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류현진과의 협상마저 무위로 돌아간다면 '꿩도 매도 놓치는' 형국이 된다. 다저스의 자세가 한결 적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급해지는 쪽은 류현진이 아닌 다저스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지는 까닭에 류현진을 그레인키 대신 '영입 최우선 대상'으로 여길 수 있다.
윈터미팅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이 점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다. 모든 결과가 드러나기까지 최대 4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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