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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용훈 '이 남자가 사는 법'①


[류한준기자] "트레이너가 없어도 잘해요."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용훈은 그 말을 하고 웃었다.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스스로 아이싱을 했다. 얼음을 비닐팩에 담은 뒤 오른쪽 어깨에 둘렀다. 이렇게 혼자서도 아이싱을 잘하는 이유는 있다. 지긋지긋한 재활을 다른 선수들과 견줘 꽤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이용훈은 선수들의 비활동기간인 요즘에도 매일 사직구장에 나와 운동을 한다. 자율적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17일은 선수 휴식일이었지만 그는 어김없이 구장을 찾아 운동을 했다. 아픈 어깨는 괜찮아졌다고 얘기했다. 이용훈은 "지금 당장이라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무리를 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내년 시즌이면 프로 13년차를 맞는 이용훈은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희망과 절망 사이

이용훈에게 올해는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한 시즌이 됐다. 이용훈은 올 시즌 25경기에 나와 8승 5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지난 2000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을 때 기록한 9승 7패 2홀드에 이어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시즌이었다.

그런데 결국 프로 통산 개인 첫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것보다 롯데의 가을야구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 이용훈은 "TV 중계를 통해 팀이 치른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지켜봤다"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게 팀에 미안했다. 1이닝 아니 중요한 고비에서 한 타자라도 상대하지 못하는 내 상황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용훈의 올 시즌 전반기는 괜찮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 로테이션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개막 후 첫 달인 4월에는 3연속 선발승을 거두면서 출발이 좋았다. 상승세는 5월과 6월까지 이어졌다. 특히 6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서는 국내 프로야구 1군 역사상 처음으로 퍼펙트게임을 할 뻔했다.(이용훈은 2군 경기에선 이미 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5개를 남기고 대기록 달성엔 실패했지만 이날 승리투수가 됐다. 그 때까지 이용훈은 7승 2패 1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런데 6월 30일 두산 베아스와 경기부터 몸 상태가 이상했다. 이용훈은 "왼쪽 다리가 땡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용훈은 이날 두산전서 3.1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3실점(3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서서히 아팠던 어깨가 다시 말썽을 부렸다. 하체가 아프다보니 팔로만 공을 던졌고 그 결과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용훈은 "전반기 반짝하다가 후반기에 죽을 쑨 셈"이라고 돌아봤다. 어깨에 무리가 왔고 건초염 진단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찾아온 부상. 그러나 이용훈은 좌절하지 않고 재활에 매달렸다. 그는 "올해를 돌이켜 보면 희망과 절망이 교대로 찾아왔다"며 "이제는 다시 희망을 얘기할 때"라고 했다.

▲대구-인천-부산

이용훈은 경남중과 부산공고를 나왔다. 경성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야구선수로 활동한 대부분 기간을 부산에서 보냈다. 그가 부산공고를 선택한 계기는 단 하나였다. 투수로 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용훈은 "중학교 때 포수로 뛰었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주변에서도 어깨가 좋은 편이니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라는 얘기도 많았다"고 했다. 경남중에서 경남고로 진학하는 것이 당연시 됐는데 투수로는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미련없이 대부분의 경남중 동기들이 경남고에 진학하는 것과는 달리 부산공고 진학을 결정했다. 고교 졸업반이던 지난 1996년 이용훈은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았다(2차 5라운드 17순위).

이용훈은 "롯데가 지명을 안해줘서 당시에는 아주 조금 실망했긴 했는데 오래가진 않았다"고 웃었다. 경성대를 졸업하면서 지명구단인 삼성에 입단, 프로선수로 첫 발을 내딛었다.

입단 첫해 이용훈은 150km의 강속구를 자랑하는 유망주였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얘기했지만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고 9승을 기록했다. 이용훈은 "타선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며 "평균자책점이 높았다"고 쑥스러워했다. 맞는 말이다. 그 해 이용훈의 평균자책점은 5.63이었고 피홈런도 22개나 됐다.

그 다음해인 2001시즌 이용훈은 21경기에 나와 4승 4패를 기록했다. 2년차 징크스는 아니었지만 성에 차는 성적이 아니었다. 2002시즌 도약을 위해 스파이크끈을 더 세게 댕겼다. 그런데 그는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가 됐다. 이용훈은 "그 때는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이제 막 신인 티를 벗어나는 때였기에 마운드에서도 요령 없이 힘으로만 타자와 승부했고 트레이드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SK에서 이용훈은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했다. 18경기에 등판해 2승 3패에 그쳤고 무엇보다 평균자책점이 8.64로 껑충 뛰었다. 그러던 차에 다시 한 번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행선지는 고향팀 롯데였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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