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총 119개의 도루를 했다. 가장 적은 팀 도루를 기록한 SK 와이번스(104개)나 한화 이글스(107개)보다는 많이 뛰었다. 하지만 팀 도루 1위에 오른 넥센 히어로즈(179개)와 2위 LG 트윈스(140개)와 비교하면 한참 모자랐다.
양승호 전 감독에 이어 롯데 사령탑에 취임한 김시진 감독은 지난 11월 7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졌다. 당시 김 감독은 "선발 투수진이 중요하다"는 얘기 외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두 가지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넥센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달리는 야구로 재미를 봤다. 넥센은 올 시즌 규정타석(412타석)에 들어간 선수 4명 모두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다. 서건창이 39도루, 장기영이 32도루를 작성했다. 여기에 20-20 클럽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박병호와 강정호도 각각 20, 21도루를 했다.
부상으로 빠진 경기가 많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택근(13도루)과 정수성(19도루)도 뛰는 야구에 한몫 거들었다.
반면 롯데는 팀에서 가장 많은 32도루를 기록한 김주찬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 타이거즈로 떠났다. 1번타자를 맡으면서 틈만 나면 도루할 수 있는 선수 한 명이 빠진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김시진 감독은 '그린 라이트'를 얘기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진루를 하면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며 "과감한 주루는 상대에게 압박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주문한 이유다.
주자를 득점권에 자주 보내야만 점수를 얻을 기회가 많다. 김 감독은 "(김)주찬이가 이적해 그 빈자리가 크긴 하지만 팀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주찬을 대신해 도루를 적극 시도할 수 있는 후보군은 4~5명 정도다. 신인 조홍석을 포함해 김문호, 김대우, 황재균 그리고 손아섭까지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 타격센스 뿐만 아니라 기동력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내년 시즌 중심타선 합류 가능성이 높은 전준우까지 도루 능력이 있어 롯데도 잘 달릴 수 있는 팀이다.
황재균은 올 시즌 26도루를 기록했다. 김주찬에 이어 팀 내 도루 2위다. 테이블세터로 타순을 옮긴다면 좀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에 뛸 기회는 늘어난다. 손아섭도 10도루를 작성하면서 두 자릿수 도루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1군 무대 경험이 적은 김문호와 김대우는 퓨처스리그에서 각각 14, 21도루를 기록했다.
1군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롯데는 퓨처스리그에서 북부와 남부리그 합쳐 팀 도루 2위(152도루)에 올랐다. 1위는 1군과 마찬가지로 넥센(157도루)이 차지했다. 김문호와 김대우 외에도 권영준과 양종민이 13도루씩 기록했고 백왕종은 35도루를 작성했다.
또한 신인 조홍석은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다. 김 감독도 조홍석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종욱(두산 베어스)과 이용규(KIA)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자원"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여기에 올 시즌 각각 5도루씩 기록한 박종윤, 박준서, 조성환도 충분히 도루 숫자를 늘릴 수 있다. 물론 베이스를 훔치는 숫자만 중요한 건 아니다. 도루 성공률도 높아야 한다.
롯데는 올 시즌 팀 도루 성공률이 3할8리였다. 도루 개수는 롯데와 견줘 적었지만 성공률에선 한화가 3할3푼1리로 오히려 앞선다. 성공률도 함께 끌어올려야 할 과제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넥센을 지도할 당시 주루코치를 맡았던 염경엽 현 감독과 함께 팀을 리그 최고의 '육상부'로 거듭나게 했다. 롯데의 팀 컬러가 하루아침에 바뀔 순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이 어떤 플레이를 원하는 지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열리는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들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훈련에 시간을 더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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