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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vs부천, '연고이전 더비'의 시작은 창대했다


[이성필기자] 그야말로 실전과 같은 훈련이었다. 누구도 겉으로는 승패를 의식하지 않는 듯했지만 볼의 궤적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 속 진실이 공기중의 파동으로 이어졌다.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제주 유나이티드-부천FC 1995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입소문이 퍼졌는지 평소 많아야 4~50명이 찾는 클럽하우스 연습구장에는 400여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클럽하우스 입구까지 차량으로 가득했다. 이례적인 인터넷 생중계까지, 열기는 정식경기 수준이었다.

양팀의 관계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당시 부천을 연고로 했던 부천 SK가 전격적으로 제주로 연고이전을 해 제주 유나이티드로 변신하면서 '선과 악'의 구도가 형성됐다. 연고팀을 잃은 부천 팬들이 주축이 돼 시민구단 창단에 앞장섰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부천FC 1995는 챌린저스리그(4부리그)를 거쳐 올해 출범한 2부리그(K리그)에 극적인 참가가 이뤄지면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프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부천 팬들 입장에서는 원망스러운 제주다. 이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제주도 부천에 미안한 감정을 보이면서 양 팀간 기묘한 관계는 조금씩 녹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날 '연고이전 더비'가 형성되면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부천은 김만수 시장과 시의회 의원 5명, 서포터 10여명 등이 제주까지 내려와 응원전을 펼쳤다. 서서히 연고정착이 되고 있는 제주도 상당수의 팬들이 몰려왔고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타팀 지도자들과 선수들도 이날 오전 훈련을 미루고 대거 구장을 찾아 이 경기를 관전했다.

부천 곽경근 감독은 "선수들에게 1부리그 팀이 어떤지 체험하게 하려고 경기를 잡았는데 일이 커져버렸다"라며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어떤 경기에서든 지는 것을 싫어한다"라며 승리욕을 보였다.

반면, 제주 박경훈 감독은 "연습경기니까 서로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승패는 상관없다"라며 여유로움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경기를 앞두게 되자 양 감독의 승리욕은 조심스럽게 표출됐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초반에 패스 속도를 끌어올리고 압박도 강하게 해야 한다"라며 봐주는 경기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산토스-마다스치-페드로 등 외국인 선수와 주전급 멤버들을 모두 출전시켰다. 곽 감독도 "배우는 자세로 나서지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확실히 하라"고 주문했다.

경기 시작 후 곽 감독은 계속 서있었다. 반면, 박 감독은 한결 여유로운 듯 벤치에 앉아 수첩을 들고 선수들의 장, 단점 체크에 집중했다.

그런데 전반 23분 부천 공민현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이 난 부천은 강력한 태클과 압박으로 제주를 흔들었다. 제주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후 경기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박 감독도 서서 소리를 쳐가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는 결국 제주의 2-1 승리로 끝났다. 종료직전 부천의 극적인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자 부천 팬들의 탄식이 흘러나오는 등 실제경기에 버금가는 열기가 이어졌다. 한 제주 소녀 팬은 "제주는 라이벌이 없었는데 이제 진짜 라이벌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라며 기대 반, 걱정 반의 반응을 보였다.

양팀 지도자들은 건전한 관계 속 서로 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랐다. 곽 감독은 "가능성을 봤고 마음이 뿌듯하다. 물론 다음에 어떤 형식으로든지 경기를 하게 된다면 꼭 이기겠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박 감독은 "서로 라이벌도 만들고 팬들에게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하루속히 부천이 1부리그로 승격해 뜨거운 경기를 치르기를 바랐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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