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미스테리한 일이다. 미국에서 실시한 체성분 테스트에서 전원 낙방하고 귀국 보따리를 쌌던 SK 선수들이 한국에서는 절반 이상 기준치를 통과했다.
김광현과 송은범, 박희수, 채병용, 엄정욱, 박정배는 지난 3일 미국 애너하임 재활센터로 출국했다. 이들 재활조는 애너하임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몸을 만든 뒤 본진이 있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캠프 합류 하루 전 날벼락이 떨어졌다. 애너하임에 있는 동안 두 차례 실시한 체성분 테스트에서 6명 모두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체중과 체지방률, 근육량 등 선수마다 미달 수치는 모두 달랐다. 이만수 감독은 이들에게 한국행을 명령했다.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플로리다 캠프에 합류시키지 않겠다는 강수였다.
선수들은 짐을 싸 지난 25일 오후 귀국했다. 그리고 곧바로 문학구장으로 이동해 다시 체성분 테스트를 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만 이틀 사이에 절반가량의 선수들이 기준치를 통과한 것이다. 트레이닝 코치도, 선수들도 의아했다. SK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의 체성분 테스트 기계가 달라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들 선수들은 20일 남짓 미국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재활에 매진했다. 재활 센터였지만 운동량은 스프링캠프 못지않았다. 선수들 대부분 만족스러운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팀을 이끌 주축 투수들인 만큼 책임감도 남달랐다. 그런데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테스트에서도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미 "제대로 몸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이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진 뒤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26일부터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시차 때문에 휴식 시간에는 쪽잠을 자야 했다. 이날 한 명의 선수가 더 테스트를 통과해 총 4명이 기준치에 드는 정상 수치를 회복했다.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한창 몸만들기에 열중해야 할 때지만, 이들은 문학구장에서 추위와 싸우며 훈련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표로 출전해야 하는 박희수는 30일 오전 양상문 투수코치와 대만으로 홀로 특별 전지훈련을 떠난다.
선수들은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팀은 핵심 선수들의 캠프 합류 불발로 시즌 시작도 전에 위기를 맞았다. 미국과 한국의 체성분 측정 기계가 달라서 벌어진 일일까? 이 감독의 확고한 '형평성' 원칙이 빚어낸 해프닝이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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