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류승완 감독이 말하는 '베를린' 비하인드 스토리(인터뷰②)


"극 중 류승범의 선글래스, 실은 만 원 짜리"

[권혜림기자]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이 개봉과 동시에 흥행 신호탄을 쐈다. 공식 개봉일인 지난 30일 27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임을 입증한 것.

'부당거래' 이후 3년 만에 '베를린'으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조이뉴스24와 만나 시나리오를 준비하던 과정과 시선을 사로잡는 액션 신의 비하인드 스토리, 속편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결말 등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베를린'은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북한의 비밀 요원 표종성(하정우 분)과 그를 쫓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 분), 북한에서 베를린 공관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류승범 분)의 쫓고 쫓기는 추격을 그린다. 전지현은 표종성의 아내이자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의 통역관 연정희로 분했다.

영화의 결말은 표종성이 베를린을 떠나 또 다른 도시에서 북한의 실세 동종호(명계남 분)의 권력과 정면 대결을 펼칠 것을 암시했다. 이에 많은 관객들이 속편 제작 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팩트있는 결말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류 감독은 "속편 제작 계획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결말은 여러 버전이 있었어요. 주인공 중 누군가 죽음을 당하지 않는 경우도 생각했고요. 결과적으로 표종성이라는 인물이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해 깊숙히 들여다보고 회고할 수 있으려면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이 상실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MBC 다큐멘터리 '타임-간첩'을 통해 직접 북한 공작원을 찾아 나섰다. 발로 뛰는 취재를 통해 실제 북한 공작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감독은 "실제 도움을 준 이들은 아예 촬영 자체가 불가능했던 분들이었다"며 "국정원의 관리를 받고 있는 등 모습이 노출되면 정말 위험해지는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원래 대본의 초고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전에 집필됐어요. (김 전 위원장의 사망 후) 약 3주 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죠. 동료들도 전부 '멘붕'에 빠졌고요. 영화가 현실의 증인이 돼야 하는데 현실 정치 상황이 한 치 앞도 안 보였으니까요.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죠. 영화를 찍으며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좋은 경험을 했어요."

류승완 감독은 당시 만난 공작원들로부터 영화의 캐릭터나 대사, 갈등 구조 등을 창조하는 데 도움을 얻기도 했다. 극 중 동명수의 대사 "우리가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참잖우" 역시 그런 과정을 통해 삽입됐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시기를 겪었어요. 한창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었죠. 취재 중 들었는데 기아에 빠진 인구가 많았고 거리에 시체가 즐비했다고 해요. '베를린'에서도 등장하듯, 원조 단체와 협상을 하며 키를 쥘 수 있는지는 북한에 무척 중요했겠죠. 그 시기를 거친 사람의 입에서 '배고픈 건 참아도 남 잘돼서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건 무시무시한 거예요. 북한 중에서도 평양, 그 안에서도 특권층이 자기 이익과 욕망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감독의 친동생이자 연기파 배우로 발을 넓히고 있는 류승범은 '베를린'에서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 동명수로 분했다.

'패셔니스타'로 이름을 날린 류승범이지만 극 중 모습은 다른 이의 눈에 쉽게 띄어선 안 되는 간첩 캐릭터와 기막히게 닮아 있었다. 감독은 "(동명수 캐릭터를 위해) 류승범은 본인이 평화시장에서 직접 옷을 구해 입었다"며 "원래 동명수는 신부, 유학생, 기자 등 다양한 신분을 넘나들며 변신을 많이 하는 캐릭터였지만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류승범은 작업할 때 사전 준비를 많이 하는 타입이예요. 제게 류승범이 '그렇게 (북에서) 넘어와서 짐 가방을 크게 가져오지도 않을텐데 옷을 어떻게 사 입겠냐'고 말했죠. 여기저기 다니며 베를린 사람들이 동절기 때 입고 다니는 의상들을 쫙 조사해서 사진으로 찍어 보내더라고요. 그래서 도착한 게 동명수의 외형이예요. 평화시장에서 쓰레기 더미 같은 옷 더미를 뒤져 찾아낸 옷들이죠. 극 중 쓰고 나오는 선글래스는 만 원짜리 라이방이고요.(웃음)"

류승범은 종종 류승완 감독에게 직접 자신의 옷을 선물하기도 한다. 인터뷰 당일 입고 있던 류 감독의 패딩 점퍼 역시 원래는 류승범의 것이었다. 감독은 "옷 좀 챙겨입으라고 철마다 옷을 준다"며 "류승범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걸 주는데, 소화하기 어렵더라. 예를 들면 승마바지가 그랬다"고 웃으며 말했다.

관객의 시선을 확실히 사로잡은 액션 장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동명수의 계략을 피해 호텔에 묵던 표종성이 13m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은 특히 강렬한 이미지로 스크린을 수놓았다.

"탈출 장면의 큰 동선은 헌팅 차 갔던 라트비아 사무실의 구조를 참고했어요. '표종성의 집이 저 정도 위치가 되면 이런 탈출 동선이 나오겠네?' 싶은 생각이 들었죠. 인간이 최대한 고통을 느끼며 추락하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몸이 부서지는 느낌을 주려고 했죠. 그래서 단단한 물체에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요. 마지막에 (표종성과 동명수가) 바위에 찍히는 장면이나 차에 부딪히는 신들도 마찬가지죠."

한편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 '짝패'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으로 한국형 액션 영화의 진화를 이끌어왔다. 신작 '베를린'은 약 100억의 예산이 투입된 대작으로, 지난 30일 공식 개봉해 흥행 중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류승완 감독이 말하는 '베를린' 비하인드 스토리(인터뷰②)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