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안정광은 너무 말라 걸그룹을 보는 기분이다. 벌금 10달러!"
SK 선수들이 고된 훈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일종의 유머 재판인 '캥거루 코트' 덕분이다.
SK 선수단은 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포츠빌리지에서 캥거루 코트를 열었다. 캥거루 코트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무기명으로 서로의 잘못된 점을 적어 투표함에 넣고, 선수로 구성된 재판부가 잘못을 가려 벌금을 부여하는 자체 규율 법정이다.
SK의 캥거루 코트는 2011년 마무리 훈련 때부터 시작됐다. 이만수 감독은 "힘든 일정 중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행사다. 피고는 동료의 지적을 다시 생각하고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캥거루 코트 역시 이색 사연이 쏟아졌다. 먼저 이광근 수석코치는 모 선수에게 치약을 사오라고 시킨 뒤 치약값을 아직 주지 않았다고 고발당했다. 재판 결과 벌금 10달러. 치약값 3달러를 안 주다 벌금 10달러를 물었다.
전날 연습경기서 야수 MVP로 뽑힌 안정광은 "야구선수로서 너무 말랐다. 걸그룹을 보는 기분"이라고 항의를 받았다. 항의한 주인공은 바로 김성현. 박정권 판사는 "너도 만만치 않으니 둘 다 윗옷을 벗고 비교하라"고 지시했고, 비교 결과 안정광이 더 말랐다고 판결해 벌금 10달러를 물게 했다.
캥거루 코트 단골손님인 안치용은 일과 시작인 전체 워밍업 중 매번 화장실을 간다고 고발당했고, 이를 본인이 급히 인정해 5달러만 냈다.
정근우는 라커룸에서 노래를 자주 불러 시끄럽다며 "노래는 노래방에서 하라"는 항의를 받았다. 정근우가 "인정할 수 없다"며 따졌고, 수색 결과 한참 후배인 3년차 정진기가 고발한 것으로 밝혀져 모두 박장대소했다. 정근우 역시 벌금 10달러를 물었다.
이만수 감독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 감독은 훈련 도중 카트를 타고 이리저리 이동해 선수들로부터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이 감독은 바로 인정하고 앞으로 걸어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정근우 검사는 "지켜보겠다. 조심하시라"고 경고(?)했다. 벌금은 5달러로 감형.
또 윤길현은 정경배 수비코치가 번트 사인을 내고 펑고를 강하게 쳐 손가락을 다칠 뻔했다고 고발했다. 정 코치가 "돌발상황에도 잘 대처해야 한다"고 변명하자 선수단 전원이 야유를 퍼부었다고 한다. 이에 박정권 판사는 "배팅 연습 20분 동안 번트만 대면 좋겠냐"고 말하며 10달러 벌금형을 내렸다.
한편 SK 선수단은 8일 세 번째 자체 홍백전을 치른다. WBC 대표팀에 합류하는 정근우, 최정, 윤희상은 9일 오전 플로리다 캠프를 떠나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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