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삶과 죽음의 갈림길. 조용준은 가까스로 빛이 보이는 길을 택했다. 그는 2년 전 간암 판정을 받았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건강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마구와 같았던 슬라이더로 '조라이더'라는 별명이 붙었다.
현실은 냉정했다.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간암 판정을 받은 뒤 그는 '죽음'을 준비했다.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그리고 수술을 앞둔 날 새벽, 지금의 아내에게서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전화가 왔다.
조용준은 "30분 사이에 생과 사를 오갔다. 뱃속의 아이가 '꼭 살아 있으라'는 메시지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병마를 떨쳐낸 그는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 데뷔를 앞두고 있다.
SK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장. 방송을 위해 캠프를 찾은 조용준 위원에게 악수를 청하는 손길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간암 치료를 받는 2년 동안 체중 6㎏이 줄었다. "누군가 했네. '조라이더' 아니야?" 이런 얘기를 들으며 조용준은 멋쩍게 웃었다.
조용준의 야구는, 짧은 만큼 화려했다. 조용준은 2002년 데뷔 첫해부터 현대 유니콘스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해 2005년까지 4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올렸다. 그러나 2005시즌을 마친 뒤 어깨 수술을 받고 그의 이름도 서서히 잊혀졌다. 2009년 복귀했지만 11경기에서 1패 1세이브를 올린 뒤 2010년 방출됐다.
조용준은 야구공을 내려놓고 마이크를 잡았다. 은퇴 후 2011년 해설위원 준비를 하다 간암 발병 사실을 알았고, 투병 과정을 이겨내고 몸을 추스른 뒤 다시 방송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다. 수술 후 5년이 지나야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경과가 좋다.
지난해 태어난 아들 라온 군이 그의 희망이다. 스프링캠프 취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23일, 라온 군의 돌잔치가 열린다.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나고, 나도 건강을 되찾았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해설위원으로 새 출발을 앞둔 조용준은 "해설이 어렵지만, 재미있다. 투수뿐 아니라 야구 전반을 모두 공부해야 해서 내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이뉴스24 오키나와(일본)=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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