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4일 호주전 승리로 한국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B조 예선 통과를 아직 장담할 상황은 아니지만 대반전의 계기는 마련했다. 호주전 승리의 3가지 의미를 짚어봤다.
◆'투 런 코리아' 오명 벗었다
가장 큰 소득은 역시 타격감의 회복이다. 대회 전 연습경기부터 죽었던 타격 리듬을 되찾기에 충분했다. 특히 초반 점수를 내야 할 때에 적시타를 몰아친 점이 고무적이었다. 역시 경험 풍부한 베테랑 이승엽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이승엽은 1회초 1사 1루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큼직한 2루타로 초반 3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3회 2사 2루에서도 우측 2루타로 2루주자 이용규를 불러들였다. 선두타자 이용규가 살아난 점도 고무적이다. 1회초 볼넷을 골라 출루한 이용규는 2회 1사 뒤 좌전안타를 친 뒤 이승엽의 2루타로 홈까지 밟았고, 7회초에도 선두타자로 안타를 치고나가 추가점의 발판을 놓았다. 4번 이대호도 2안타를 때렸는데 7회 날린 안타는 타점을 올리는 적시타였다.
리드오프히터와 중심타자인 3, 4번타자가 제 몫을 해준 덕에 한국은 수월하게 승기를 잡았다. '투 런(두 점) 코리아'의 오명을 깨끗이 씻는 활약이었다.
◆케미스트리도 살아났다
오랜만의 시원한 승리에 굳었던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 단기전인 국제 대회에선 선수단의 케미스트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은 '3월 야구'는 분위기 싸움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 선수들은 왠지 모르게 굳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잘 풀리지 않는 경기력과 오랜 해외 체류 기간 탓에 선수단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초반부터 잘 풀린 경기 덕분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밝은 표정이 역력했다. 환한 웃음과 박수갈채로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애타게 기다렸던 타선이 터지고, 선발 송승준을 비롯한 투수진의 호투가 이어지면서 경기 중반부터는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B조 예선 최대 고비인 대만전을 앞두고 얻은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날 승리에 도취될 필요는 없다. 호주는 B조 모든 팀들이 승리를 장담한 최약체다. 이기는 게 당연했던 경기였다. 한국은 오랜만에 투타의 조화가 맞아떨어지며 승리를 챙겼지만 아직 예선 통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5일 맞붙을 대만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첫 2경기에서 투타의 전력이 예상보다 탄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6점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다. 사실상 0-5로 뒤진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된 셈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초반부터 몰아붙일 필요가 있다.
경기 당일 환경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장인 인터컨티넨탈구장을 가득 메울 대만 팬들의 적대적인 응원은 감수해야 할 장애물이다. 대만 팬들은 유독 한국에 대해 과도한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면초가' 상황에 몰린 한국이 호주전 승리를 계기로 대반전을 이룰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타이중(대만)=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