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이제는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다. 대만야구가 많이 성장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대만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5일 대만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3-2로 역전승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네덜란드, 대만과 2승1패로 동률이 됐지만 순위 결정 방식인 TQB(Team Quality Balance)에서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5점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지나친 부담감 탓에 한국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 하지만 대만의 전력이 예상 밖으로 탄탄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대만은 조급해 하는 한국의 틈을 파고들어 선취점을 올리며 경기 후반까지 분위기를 주도해나갔다.
어렵사리 이날 승리를 손에 넣긴 했지만 최근 전적은 대만에 결코 앞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타이중 아시아선수권에서는 프로 1.5군급 선수들을 내세워 0-7로 무릎을 꿇었고, 아시아시리즈에서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이 퍼스 히트에게 0-3 패배를 당하기도 했다.
대만은 이날 경기에서도 공수에서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3회초 2사 1루에서는 양다이강이 린즈셩의 중전안타 때 중견수 전주우가 공을 더듬는 틈을 놓치지 않고 홈을 밟았다. 4회초에도 2사 후 궈이앤원의 2루타, 양다이강의 중전 적시타로 깔끔하게 점수를 추가했다.
수비에서는 간결한 중계 플레이로 주자들을 잡아내며 한국 공격의 맥을 뚝뚝 끊었다. 정근우가 1회말 3루에서, 5회말 홈에서 아웃된 것은 무리한 주루 탓도 있었지만 대만 수비진의 수준높은 중계 플레이와 정확한 송구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야구 유학을 경험한 선수들이 성장한 것도 대만 야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대회 공수의 주축으로 활약한 양다이강(니혼햄), 양야오쉰(소프트뱅크) 형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날 경기에서도 맹활약하며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반면 한국은 대회 기간 내내 우려 만을 사다가 허무한 탈락을 맛봤다. 네덜란드에 0-5로 덜미를 잡히는가 하면 대만을 상대로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WBC,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강자로 군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대만은 이번 대회를 안방에 유치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거둬 프로야구 인기를 회복하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은 준비부터 삐걱거렸다. 처음 선발한 선수들 중 7명이나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차이가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
조이뉴스24 타이중(대만)=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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