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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안방마님 부진에 대표팀도 울상


[류한준기자] 한국 대표팀 '안방마님' 강민호(롯데 자이언츠)가 고개를 숙였다. 강민호는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이번 대표팀의 주전포수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하지만 B조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2승1패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강민호는 3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삼진은 5개나 기록했다. 공격력보다는 투수 리드 등 수비력이 더 중요시 되는 포수 포지션이긴 하지만 강민호가 공격에서 부진하면서 대표팀 타선은 매끄러운 연결이 되지 않았다.

강민호는 국내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다. 지난 시즌을 포함해 3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펀치력도 갖췄다. 또한 투수리드와 수비에서도 리그 최고 기량으로 꼽힌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벌써부터 FA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대표팀 경력도 풍부했다. 강민호는 지난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부터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전승 우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2008 베이징올림픽 때는 대표팀 주전 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이번 제3회 WBC에서는 강민호라는 이름값에 어울리는 플레이가 보이지 않았다.

강민호는 지난 2일 열린 B조 첫 경기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네덜란드 주자가 홈으로 슬라이딩 하는 과정에서 강민호의 왼쪽 다리가 걸렸다. 당시 만루 상황에서 투수 땅볼을 이어받은 강민호는 병살을 잡기 위해 1루로 송구했지만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공은 1루수 이대호(오릭스)의 머리 위로 넘어갔다. 여기서 한국은 추가 실점했고, 강민호는 진갑용(삼성 라이온즈)과 교체돼 물러나 벤치에서 대표팀의 0-5 패배를 지켜봤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강민호는 급한 마음에 달려오는 주자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해 네덜란드에게 추가 실점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대표팀에게 0-5로 패한 1차전 점수 차는 대회 기간 내내 부담이 됐다.

투지를 발휘한 강민호는 1차전에서 쓰러진 뒤에도 "부상 정도는 심각하지 않다"고 얘기했고 계속 주전 마스크를 썼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대표팀 류중일 감독(삼성)의 용병술이 아쉽다. 컨디션이 떨어진 강민호에게 3경기 연속으로 선발 안방마님 자리를 맡겨야 했을까. 대표팀에는 노련한 포수 진갑용(삼성)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류 감독은 "2, 3차전 선발투수로 송승준(롯데)과 장원준(경찰청)을 내세웠기 때문에 강민호를 선발로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세 선수는 같은 소속팀 롯데에서 함께 손발을 맞춘 사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라도 포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강민호를 믿고 오랜 시간 안방을 지키게 했다. 물론 강민호는 투수 리드 등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였지만 타석에서의 부진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수비까지 흔들리며 스트라이크 콜에도 포구를 제대로 못해 공을 흘리기까지 했다. 안방마님이 부진하면서 대표팀 전체 분위기도 함께 영향을 받았다.

대표팀은 2승 1패라는 성적을 거두고도 대회 규정에 따라 조3위로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역대 WBC에서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를 냈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강민호도 부상 투혼을 보였고 최선을 다한 건 맞지만 이번 대회를 자신의 기량을 더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타이중(대만)=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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