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2011년 99개의 팀도루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리그 최하위 기록이었다. 하지만 넥센은 지난해 거북이에서 토끼로 변했다.
개인 도루 부문 2위에 오른 서건창을 비롯해 20-20 클럽에 이름을 올린 강정호와 박병호 등 선수들은 틈만 나면 베이스를 훔쳤다. 넥센은 179도루를 기록하며 당당히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1년 만에 팀 색깔이 확 달라진 데는 두 명의 감독이 큰 영향을 끼쳤다. 김시진 전 감독(현 롯데 자이언츠)과 염경엽 현 감독이다. 특히 지난 시즌 김 감독이 팀을 이끄는 동안 주루 및 작전코치로 활동했던 염 감독은 '뛰는 야구'를 선수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제는 코치에서 사령탑으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염 감독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뛰는 야구를 중요하게 여긴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앞세워 상대를 물고 늘어질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감독 취임식에서 "팀 성적은 1점 차 승부에서 결정된다"고 얘기했다. 박빙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가 필수 조건이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도 선수들에게 뛰는 야구를 계속 주문했다.
넥센의 발야구는 지난 주말 시작된 시범경기에서도 눈에 띄었다.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넥센은 뛰는 야구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0-0이던 4회초 무사 1,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온 오윤은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이 때 3루에 있던 박병호는 3루와 홈 사이를 오가며 후속주자의 진루를 도왔다. 자신은 태그아웃되면서 홈을 밟는 데 실패했지만 주자들은 한 베이스씩 더 갔다. 1사 2, 3루 기회를 이어간 넥센은 이어 타석에 나온 박헌도의 적시타가 터져 2-0으로 앞설 수 있었다.
넥센은 박헌도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신현철의 안타로 이어진 2사 1, 3루 기회에서 서건창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냈다. 이 때도 넥센 선수들은 발야구로 점수를 연결하는 센스를 보였다. NC 유격수 이현곤이 주춤하는 사이 이 틈을 타 1루 주자 신현철이 홈까지 쇄도했다. 주루 플레이 하나가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만든 셈.
넥센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김시진 감독도 취임 일성으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아웃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팀을 이적한 김주찬(KIA 타이거즈)의 빈자리를 전체적인 기동력 야구로 메우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주말 치른 SK 와이번스와 2연전에서 도루를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틀 동안 용덕한, 황재균, 박종윤이 주루사를 기록했고 정보명은 10일 열린 경기 6회말 공격에서 견제사까지 당했다. 롯데는 1승 1패라는 성적을 냈지만 김 감독은 "주루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염 감독과 함께 뛰는 야구를 정착시킨 넥센은 12일부터 이틀 동안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맞대결을 펼친다. 김 감독은 넥센의 경기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기는 염 감독도 마찬가지다. 두 팀 모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뛰어야 산다.' 두 팀 선수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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