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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김연아, 과거의 김연아와 싸워 이겼다


[이성필기자] 중국 은나라 탕왕의 반명(盤銘)에는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이 있다. 날마다 잘못을 고쳐 그 덕을 닦아 게으르지 말라는 뜻이다. 즉 늘 새로워지고 싶다면 또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매일 매일을 새롭게 하라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끝없는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4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피겨 여왕' 김연아(23)에게 딱 맞는 말이다. 김연아는 17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8.34점(기술점수(TES) 74.73점, 예술점수(PCS) 73.61점)의 참가 선수 중 최고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1위 점수 69.97점을 더해 총점 218.31점으로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2006~2007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두 번째 세계선수권 시상대 맨 윗자리에 섰다. 2007, 2008년 3위 2010, 2011년에는 2위를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얻은 다음 그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연속 2위에 그쳤던 터라 세계무대에 복귀하면서 정상 탈환을 한 감격은 남다르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김연아는 '초심'을 강조했다. 자신을 감싸던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편안하게 나서겠다고 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직후 목표의식이 흐려지면서 상실감에 빠졌다. 스스로 혼란에 빠졌을 때는 아사다 마오(일본) 등 다른 이들이 어부지리격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세계 최고 기량을 공인받은 김연아는 마음만 다잡으면 얼마든지 정상권 실력을 뽐낼 수 있음을 알았지만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늘 새로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든지 화제의 대상이었다. '록산느의 탱고'를 시작으로 '종달새의 비상', '박쥐 서곡'과 '미스 사이공', '죽음의 무도(舞蹈)', '세헤라자데', '007 메들리,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지젤'과 '오마주 투 코리아'까지, 역대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성장에서 금메달 성과에 대한 감사까지 꽉 찬 스토리가 있었다.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있을까 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연아 스스로도 고민을 거듭했다. 밴쿠버의 김연아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백기를 겪고 현역 연장을 선언한 뒤에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모두가 우승을 전망할 때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했다. 쇼트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와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 등 새 프로그램도 들고 나와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며 기술 완성도를 높였고 예술성도 끌어올렸다.

김연아의 또 다른 발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놀라움의 극치였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모두가 다양한 표정에 담겼다. 새로운 것을 꺼내 다양한 면을 보여주며 하향 평준화됐던 여자 피겨계에 다시 한 번 신선한 바람을 몰고왔다. 과거의 김연아를 이긴 현재의 김연아에게는 이제 또 다른 미래의 김연아와 만날 일만 남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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