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투수의 보직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등판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 선발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승리 또는 추격의 발판을 놓는 '중간계투', 주로 9회 등판해 경기를 매조지하는 '마무리'다.
올 시즌 11년만의 4강 진출을 노리는 LG 트윈스 마운드는 중간계투와 마무리 쪽은 튼튼한 편이다. FA 정현욱을 영입하며 허리를 강화했고, 마무리 봉중근 역시 타 구단 마무리들과 비교해 경쟁 우위에 있다. 문제는 선발이다.
선발 역시 외국인 선수 리즈, 주키치가 버티고 있는 '원투펀치'는 걱정이 없다. 두 선수 모두 지난 2년간 검증을 마치고 3년째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명확해진다.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활약 여부가 올 시즌 LG 성적의 가장 큰 변수가 된다는 뜻이다.
중간계투, 마무리는 괜찮다. 선발 원투펀치 역시 강하다. 방망이도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3~5선발이 약하다는 점이 LG를 4강 후보로 꼽기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야구는 투수놀음, 그 핵심은 선발투수에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우규민, 임찬규, 신정락을 3~5선발로 기용할 방침이다. 우규민이 경찰청 시절 선발로 뛴 경험이 있을 뿐, 세 선수 모두 1군 풀타임 선발 경험은 전무하다. 그 점이 바로 LG의 불안요소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잠수함'이라고 불리는 언더핸드, 사이드암 투수가 두 명이나 선발진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우규민과 신정락이 그 주인공. 보통 잠수함 투수들은 한 팀에 한 명 정도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상적인 조합은 아닌 셈이다.
결국 두 잠수함 투수의 활약이 LG 마운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선발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우규민은 리즈, 주키치의 뒤를 받쳐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연승은 이어가고 연패를 짧게 끊을 수 있기 위해서는 우규민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5선발로 낙점된 신정락은 상황에 따라 불펜으로 투입될 수도 있다. 9구단 체제로 시즌이 치러지면서 3~4일의 휴식 기간이 틈틈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신정락은 선발진과 불펜진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내야 한다.
시범경기에서는 희망과 불안이 공존했다. 두 선수 모두 출발은 눈부셨다. 우규민은 13일 NC전에서 5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신정락은 12일 NC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더니 선발로 나선 15일 SK전에서는 5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쳤다.
하지만 이어 등판한 경기에서는 난타를 당했다. 우규민은 20일 롯데전에서 5이닝 6피안타 5실점(4자책), 신정락은 21일 KIA전에서 4이닝 9피안타 8실점으로 나란히 부진한 모습이었다. 두 선수 모두 기복을 없애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3~5선발은 올 시즌 LG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바꿔 말해 그 약점만 극복하면 강팀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규민, 신정락 두 '잠수함 투수'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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