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오는 5월 열리는 제6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한국 영화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는 현재로서 출품을 논의 중인 유일한 한국 영화로 알려졌다.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부터, 저예산 영화와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작품이 칸을 찾았던 지난 2012년의 판도와는 대조적이다.
2012년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가 초청됐고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 역시 감독 주간에 이름을 올렸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칸에 입성해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신수원 감독의 '순환선'은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카날플러스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상황은 다르다. 국내 4대 영화 배급사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 배급사의 영화들 중 '설국열차' 외에 칸 출품을 논의 중인 작품은 없는 상태다.
CJ엔터테인먼트에선 '설국열차'를 유일한 출품 후보작으로 내놓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미디어플렉스, NEW에도 출품 후보작이 없다. CJ엔터테인먼트 외 세 배급사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올해 칸 스크리닝을 계획하고 있는 영화가 없다"고 알렸다. 말 그대로 '출품작 가뭄'이다.
물론 칸국제영화제 측에서 초청작을 공식 발표하기 전까진 구체적 출품 진행 상황을 함구 중인 영화 관계자들도 있을 듯 보인다. 영화제 측은 내부적으로 초청 여부가 정해진 뒤에도 공식 발표가 이뤄지는 일정한 날짜까지 오프더레코드를 요구한다.
지난 2012년 황금카메라상에 노미네이트됐던 '돼지의 왕' 마케팅을 담당한 아담스페이스 관계자는 "칸국제영화제 측에선 자체 승인 전까지 언론에 초청 사실을 알리지 않길 원했고, 당시에도 칸에서 승인한 날짜 이후에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출품을 논하고 있는 작품이 유독 적은 올해 상황을 두고, 소위 말하는 '영화제용' 영화들의 제작 일정이 5월 영화제 개최 시기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쇼박스 관계자는 "(쇼박스에는) 영화제 스크리닝 일정 안에 후반 작업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는 영화가 없다"고 설명했고 롯데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설국열차' 외에 메이저 한국 영화 중 칸 출품을 논의하고 있는 작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알렸다.
여기에 보태 한 영화계 관계자는 "대작 '설국열차'의 출품 여부에 영화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태에서 무리해 칸에 출품할 영화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출품 자체가 주목받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약 4천만 달러(한화 약 430억 원)를 투자 유치한 '설국열차'는 북미 개봉 시기 조율과 칸국제영화제 출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영화는 오는 8월 전후로 북미와 유럽,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설국열차'가 칸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얻고 세계 영화계의 화제로 떠오른다면 흥행에도 이득이 될 법하다. 그러나 영화제와 개봉 시기 사이의 텀이 꽤 길다는 점에서 출품 자체가 신선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과 투자배급사 모두 칸 출품에 목을 매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북미 흥행 역시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봉준호 감독이 해외에서 영화의 후반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현재 출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어려운 상태다. 공식 출품 기한은 지났으나 세계적 기대를 얻고 있는 대작으로서 프리미엄을 얻어 '설국열차'의 프랑스행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설국열차'는 이미 해외 판권 판매로 2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확보했다.
역대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종종 주목할 만한 낭보를 전해왔다. 지난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했고 2004년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품에 안았다. 지난 2007년 '밀양'의 배우 전도연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했다.
한편 제66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15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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