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못한' LG, '더 못한' NC에 쑥스러운 승리

[정명의기자] LG 트윈스가 졸전을 펼치고도 승리를 거뒀다. 상대팀 NC 다이노스가 더한 졸전을 펼쳐준 덕분이다.

LG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9-5로 승리하며 시즌 5승(3패)째를 거뒀다. 승리하긴 했지만 연패의 늪에 빠져 자멸하던 NC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NC는 6연패를 기록했다.

경기 초반부터 NC가 실책을 남발하며 LG에 점수를 헌납했다. 1회말 선두타자 오지환의 좌중간 2루타 때 NC 좌익수 조평호가 공을 더듬는 실책을 범해 무사 3루를 만들어줬다. 이진영의 좌전안타가 터지며 가볍게 LG의 선취점이 만들어졌다.

이어지는 무사 1루. 박용택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NC 노진혁이 다리 사이로 흘려보냈다. 무사 2,3루가 됐고 정성훈이 1루수 땅볼로 아웃됐지만 김용의의 우전 적시타가 이어지며 LG가 2-0의 리드를 잡았다.

상대 실책 2개로 2점을 거저 얻다시피 한 LG에게 1사 1,3루의 찬스가 계속됐다. LG의 대량득점이 예상됐다. 그러나 LG는 굴러온 찬스를 걷어찼다. 1루 주자 김용의가 런다운에 걸린 사이 3루 주자 박용택이 홈에서 횡사한 것이다. 손주인의 2루 땅볼로 이닝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LG도 실책으로 화답했다. 2회초 선두타자 이호준의 3루수 땅볼을 정성훈이 잡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정성훈의 실책은 NC의 후속타 불발로 실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실책에도 무사히 이닝을 마친 LG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상대 실책이었다.

2회말 2사 후 양영동과 오지환이 연속 볼넷을 골라나갔다. 이어 이진영이 2루수 앞 땅볼을 쳤는데 이번에는 차화준이 공을 뒤로 빠뜨렸다. 그 사이 2루 주자 오지환이 홈을 밟으며 스코어는 3-0이 됐다. 3점이 모두 상대 실책에 의한 득점이었다.

LG의 낙승으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LG의 경기력도 매끄럽지 않았다. 4회초 실책성 플레이만 3개가 속출하며 대거 4실점하며 역전을 당한 것. NC는 LG의 도움(?)으로 타자일순하며 4-3으로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실책으로 기록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정상적인 플레이였다면 모두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사 2루에서 나온 조영훈의 우익수 방면 2루타는 1루수 김용의의 가슴을 맞고 뒤로 흐른 타구였다. 1사 1,2루에서 나온 더블 스틸도 포수 현재윤의 3루 송구를 정성훈이 잡아내지 못해 살려준 것이었다. 이현곤의 투수 앞 내야안타는 우규민의 1루 송구와 김용의의 포구가 모두 좋지 않았다.

LG는 4회말 양영동과 이진영의 적시 2루타, 박용택의 적시타로 3점을 뽑아 6-4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NC 좌익수 조평호의 실책이 가미된 3득점이었다.

6회초에는 구원등판했던 임찬규의 실망스러운 투구가 NC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등판하자마자 선두타자 이현곤에게 볼넷을 내준 임찬규는 노진혁의 타석에서 연거푸 폭투 2개를 범하며 무사 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LG 벤치는 지체없이 류택현을 구원등판시켰지만 3루에 있던 이현곤이 홈을 밟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6-5로 추격을 당한 LG는 7회초부터 불펜 필승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7회말 손주인의 적시타와 정주현의 땅볼로 2점을 추가하고 8회말에도 상대 패스트볼 등으로 점수를 보탠 LG는 결국 9-5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물론 12개의 안타를 몰아친 LG 타자들의 집중력도 승리의 이유다. 7,8회 차례로 등판해 실점을 봉쇄한 유원상, 정현욱의 계투도 훌륭했다. 그러나 9회 마지막 수비에서도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아쉬운 실책이 나오며 이동현에 이어 마무리 봉중근까지 투입해야 했다. 훨씬 쉽게 승리해 마운드 전력을 아낄 수도 있었던 경기에서 총력전을 편 셈이 됐다. 분명 승리만으로 칭찬받을 수는 없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