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 임찬규(21)는 올 시즌 지난해 부진을 훌훌 털어버리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쉽지가 않다. 벌써 2경기에 등판했지만 만족할 만한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 등판은 지난 3일 넥센전이었다. 선발로 나선 임찬규는 3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각각 4개씩 허용하며 2실점했다. 삼진을 5개나 잡아냈을 정도로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볼넷 수에서 드러나듯 제구가 안됐다.
9일 NC전에는 불펜 투수로 등장했다. 등판 일정이 밀리며 휴식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컨디션도 점검하고 불펜진의 부담도 덜어주기 위한 LG 벤치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임찬규는 6-4로 앞서던 6회초 등판해 볼넷과 폭투 2개로 무사 3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번에도 제구가 문제였다.
그런 임찬규를 안타깝게 바라본 사람이 있다. 2년 전 LG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NC의 베테랑 투수 송신영(36)이다. 송신영은 10일 잠실 경기를 앞두고 임찬규를 발견하고는 "너 이 녀석, 이제 인사도 안하냐"며 큰 목소리로 불러세웠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잠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임찬규는 "선배님이 왜 자신있게 던지지를 못하냐고 말씀하시더라"며 "공 좋으니까 자신있게 던지라고 하셨다. 공도 빠르면서 왜 그러냐고, 스피드가 아깝다면서 '네 스피드 나 좀 줘라'고 하셨다"고 송신영의 조언을 전했다.
송신영과 임찬규는 각별한 사이다. 2011년 후반기 송신영이 넥센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송신영은 당시 팀 막내였던 임찬규를 살뜰히 챙겼고, 임찬규도 그런 송신영을 잘 따랐다. 임찬규는 송신영으로부터 변화구 그립을 전수받기도 했다.
송신영은 이제 다른 팀으로 떠나 적이 됐지만 아직 LG에는 임찬규의 든든한 선배들이 많다. '최고령 투수' 류택현(42)도 그 중 한 명이다. 류택현은 9일 NC전에서 임찬규가 만들어놓은 무사 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아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임찬규가 남겨놓고 들어간 주자는 홈을 밟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임찬규는 "그 날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는데, 류택현 선배님이 마운드에서 힘들게 던지고 계신 걸 보니 더 못 참겠더라"며 "그런데 오히려 선배님은 실점을 못 막아줘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무사 3루를 어떻게 막나.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 선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나타냈다.
임찬규와 류택현은 휘문고 선후배 사이다. 임찬규에게 류택현은 무려 21년 위의 대선배다. 그런 선배가 자신이 만들어놓은 위기를 막기 위해 고생한 뒤 따뜻한 말까지 건넨 것이다. 후배 임찬규가 느낀 감정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임찬규가 선배들의 관심과 애정에 보답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마운드 위에서 씩씩한 모습으로 좋은 투구를 펼치는 것. 임찬규는 이번 주말 한화와의 3연전에 시즌 두 번째 선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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